"내년 성장률 5.1%…경기하강폭 커져"

  • 입력 2000년 12월 27일 18시 45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이 5.1%로 낮아지고 실업자가 일시적으로 현재보다 20만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부실대기업 구조조정이 늦어지고 노조반발 및 이에 따른 금융불안이 이어지면 성장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정부가 구조조정을 늦추면서 경기대책만으로 경기국면을 돌리려 한다면 중장기적으로 더 상황이 나빠질 우려가 있다며 ‘선(先) 구조조정, 후(後) 경기조절’원칙을 최대한 지킬 것을 촉구했다.

KDI는 27일 내놓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각종 경기지표를 종합할 때 내수 및 수출 등 모든 부문에서 경기가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KDI가 이날 발표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 5.1%는 10월에 전망한 5.4%보다 0.3%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2개월 전보다 우리 경제를 더 어둡게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KDI전망 내년 한국경제 주요지표▼

 상반기하반기연간
국내총생산
(GDP)증가율
4.2 5.8 5.1
총소비 증가율 2.6 3.9 3.3
총고정투자
증가율
-2.1 4.2 1.2
총수출 증가율 9.310.610.0
총수입 증가율 8.911.710.3
경상수지 흑자액
(억달러)
33.059.092.0
소비자물가
상승률
3.9 2.9 3.4
* 주 : 증가율은 전년 동기대비

▽현재 경기진단 및 내년 전망〓KDI는 기업 및 금융부문이 여전히 취약한 상황에서 교역조건 악화와 해외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경기하강폭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정치사회적 갈등이 확산되고 금융비리사건이 터지면서 원칙에 입각한 구조조정과 시장규율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하강세가 예상보다 빨라짐에 따라 내년 성장률은 상반기 4.2%, 하반기 5.8%로 연간 5.1%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7.4%인 올해보다 낮은 3.7%(총소비 증가율은 3.3%)로 떨어질 지고 설비투자 증가율은 0.1%, 건설투자 증가율은 2.2%로 총 고정투자가 1.2%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 일시적으로 20만명 이상의 실업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공공근로사업이나 인턴제도와 같은 단기적인 특별정책보다 상시적인 실업프로그램을 만들어 대처할 것을 촉구했다. 다만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유지되고 수요측면의 물가압력도 적은 점을 고려하면 우리 경제가 구조조정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기초 체력’을 갖고 있다며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했다.

▽구조조정 등 정책방향 제안〓KDI는 기업 및 금융부문에서 과감한 ‘부실 청소’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부실기업 정리의 지연과 부실 금융기관 처리에 따른 불확실성을 우리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꼽았다.

이에 따라 우량 금융기관간 자발적 합병에 대해서는 정부개입을 철저히 배제하는 동시에 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표출되는 노조 등의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할 것을 요구했다.KDI는 ‘제값받기’나 ‘국부유출’ 논리에 얽매여 부실기업 매각이 지연되면 기업가치 하락, 금융기관 추가 부실로 공적자금 부담이 늘어 오히려 국부손실이 커진다고 지적했다.소형 부실은행을 지주회사 방식으로 처리하는 게 불가피하다면 자산부채이전(P&A) 방식과 유사한 수준의 점포와 인력감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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