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은행 소액주주 보상 가능한가

  • 입력 2000년 12월 20일 19시 02분


김대중 대통령이 19일 6개 은행의 완전감자와 관련해 소액주주 문제를 거론하면서 발언의 진의가 무엇인지,또 소액주주에 대한 보상이 과연 가능할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일단 김대통령의 의중이 분명치 않다는 반응이다. 정말로 ‘소액주주에 대한 보상방안을 강구하라’는 취지였다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고 그렇다고 단순히 투자자들의 반발을 감안한 정치적 발언으로 보기에는 표현이 강하고 분명했다는 것.

전문가들은 책임이야 어떤 형식으로든 물을 수 있겠지만 소액주주 보상 대목은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각 은행이 이사회를 열어 매수청구가격까지 결정한 이 마당에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보상할 방안이 있기는 있는 것일까? 결론은 ‘기술적으로는 방법이 있지만 파행을 각오해야 하며 보상의 논리도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방안은 매수청구가격 상향조정. 이사회를 다시 열어 매수청구가를 높이든지 정부가 완전감자에서 부분감자로 후퇴하는 것. 그러나 대통령 한 마디에 중요정책이 바뀌는 등 모양새가 우스워진다. 특히 이 경우 공적자금 투입부담이 커진다는 것이 결정적인 약점.

두 번째는 지주회사로 묶인 은행을 정상화한 뒤 공적자금을 회수할 때 정부주식을 시장가격보다 싸게 넘겨주거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주는 방법.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이전에 감자당한 사람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 할 말이 없게 된다.

세 번째는 소액주주들에게 지주회사 주식을 대신 나눠주는 방법. 두 번째 방안과 다른 점은 공적자금이 들어간 뒤 곧바로 나눠줘 보상문제를 일찍 처리한다는 것.

한 애널리스트는 “완전감자로 기존 공적자금 투입부분도 없어져 국민 모두가 손실을 보게 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소액주주에게 보상이 이뤄진다면 이는 은행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의 부담으로 은행 소액주주를 대우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 다니엘유 이사는 “은행 노조의 파업으로 구조조정이 차질을 빚게 되면 내년 증시 전체가 어려워지므로 정부로서는 노조원을 달래는 하나의 고육지책으로 검토해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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