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회사 이사람]"TV엔 안나와도 우리는 연예인"

  • 입력 2000년 12월 10일 18시 30분


LG패션에는 연예인이 3명 근무한다. 장성주(張成柱·36) 하종호(河宗昊·33) 이동준(李東俊·29씨). 못 들어봤다고? 당연하다. 이들은 사내 패션모델로 활약 중인 사내 연예인이기 때문이다.

이동준씨는 10월 입사한 새내기. 이력만 봐도 예사롭지 않다. 일본 메이지(明治)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고 패션잡지 논노의 모델 아르바이트를 했다. 대만 여가수 쉬루이(許茹藝)의 뮤직비디오에 상대역으로 등장했으며 대만신문에 그녀의 남자친구로 소개되는 ‘스캔들’까지 겪었다.

얼른 보면 일본인 같기도 한 그는 180㎝ 65㎏ 30인치의 범상치 않은 외모 덕분에 입사 첫날 사내모델로 ‘찍혔다’. 11월 사내보를 위해 새 트렌치 코트를 입혀 카메라 앞에 세워봤더니 전문모델 뺨치는 시선처리와 연출로 주변을 압도했다.

그러나 ‘날라리’는 아니다. 옆 부서에 근무하는 선배대리(여성)가 신문 몇 장을 두 손으로 받쳐들고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단번에 뛰어가 자기가 들어줄 정도로 ‘매너의 왕’일 뿐이다.

하종호 대리. 사내 모델 1호다. 95년 겨울에 ‘데뷔’했고 지금까지 카탈로그 등에 5번씩이나 등장한 베테랑. 본업은 ‘닥스’의 대리점 및 백화점 내 매장을 관리하는 영업맨.

예전의 왕성한 활동과 달리 요즘은 좀 쉬고 있다 보니 알아보는 사람은 드문 편이다. 그러나 업무상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아, 그 사람”이라며 친근감을 표시해 올 때는 기분 좋다. 전문모델과도 여러 번 ‘작업’하다 보니 패션쇼를 보러 가도 남다르다. 무엇보다 회사에 관심과 애착을 갖게 돼 행복하다.

그는 아침 출근 전, 점심을 먹고 난 뒤 곧장 검도장으로 달려가는 무도인이다. 성격도 좋다. 아내와 아이가 있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지만 해마다 밸런타인 데이(2월 14일)가 돌아오면 초콜릿 더미에 쌓이는 행복한 남자다. 179㎝ 76㎏ 32인치로 신세대의 표준체형을 지녔다.

장성주 과장. 문제의 인물이다. 긴 다리에 조막만한 얼굴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지만 “이젠 ‘어린애’들에게 자리를 물려줘야겠다”고 다짐하는 노총각이다. 175㎝ 31∼32인치로 ‘구세대’의 표준체형이란다.

노래? 춤? 영화? 패션? 다 그의 손 안에 있다. 노래방에서 우연히 합석한 적 있다는 서영주 대리는 “DJ DOC의 ‘런투유’를요, 그 나이에, 랩과 춤마저 완벽하게 소화하더라고요”라며 혀를 내두른다. 한번은 주부생활에 모델로 실린 적이 있는데 5년 전 헤어졌던 여자친구가 유부녀가 돼 전화를 걸어오는 가슴 아픈 일도 있었단다.

현재는 각 브랜드의 기획방향을 잡아주고 제품 출시 뒤 생산량을 조절하는 프로젝트 부서, 머천다이징 지원팀에 근무한다. 패션잡지를 무려 5개나 자비로 구독해보는, 패션을 사랑하는 ‘프로’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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