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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26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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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李瑾榮)금감위원장은 25일 시중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우량은행이 현재와 같은 영업행태로는 앞으로 계속 우량은행이 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시너지효과가 있는 은행과의 합병에 행동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소위 우량은행으로 분류되는 한미 하나가 합병 준비에 들어갔고 신한은행은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독자생존 방침을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어 국민 주택은행의 ‘짝짓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은행권은 오히려 이금감위원장의 ‘합병 압박’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환 조흥은행이 부실정리와 증자를 통해 정상화되는 내년 상반기쯤에 국민 주택 등 우량은행과도 합병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김경림(金璟林)외환은행장은 “내년 상반기가 되면 우량은행과의 전략적 제휴나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합병을 검토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
이런 상황에서 김정태(金正泰)주택은행장이 23일 서울이코노미스트클럽 초청 강연에서 “합병 파트너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소매금융에 강점이 있는 은행이어야 한다”며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은행권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와 관련, 주택은행이 국민은행과의 합병을 재차 추진하려는 사전 포석이거나 ‘하나―한미’은행 합병에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편 금감위는 은행권이 3일 기업퇴출 당시 회생가능기업으로 분류한 235개 기업에 대해 금융지원을 회피하려는 움직임과 관련 해당 기업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아닌 은행의 지원 미흡으로 부도가 날 경우 은행장에게 직접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금감위는 이와 함께 한빛은행 등이 추진하고 있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여신의 자산관리공사 매각에 대해 귀찮고 힘든 워크아웃을 회피하려는 모럴해저드라고 지적했지만 이는 당초 예정된 부실여신 감축계획에 따른 것이어서 은행권에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