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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24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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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 관계자들이 최근 환율상승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시 1190원을 돌파했던 원―달러환율은 1188원대로 소폭 하락했다. 외환딜러들이 외환당국의 입장을 파악하기 위해 잠시 움츠린 모습이 역력했다.
이때 발표 장소에 있던 일부 기자들의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외환당국의 환율 브리핑을 듣고 싶은데 휴대전화를 끄지 말고 열어달라.”(외환딜러)
“로이터 같은 통신에 속보가 뜰텐데 뭐하러….”(기자)
“생생한 내용을 그대로 듣고 싶어서 그렇다.”(외환딜러)
이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4시30분에 끝나는 장 마감을 15분 앞두고 ‘15분의 승부’를 벌이겠다는 의지가 그대로 보였다. 실제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이 있던 15분 동안 환율은 다시 4원 가까이 올랐다. 외환당국의 발언이 환율 상승을 일부 용인하고 달러를 시장에 공급하는 ‘직접개입’은 자제하겠다는 뉘앙스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한 외환딜러는 “외환당국의 의지를 얼마나 빨리 파악하느냐에 따라 외환딜러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며 “더구나 요즘처럼 오랜만에 장이 선 상황에서 외환당국의 발언에 대한 민감도가 더욱 높아지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실제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한 19일 이후 외환당국과 외환딜러들의 신경전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외환당국은 “함부로 달러사재기를 하다가는 ‘쪽박을 차게 될 수’도 있다”는 위협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반면 외환딜러들은 “당국이 개입하지 않으면 원―달러환율은 수직상승할 것”이라며 은근히 외환당국의 신경을 건드렸다.
특히 외환당국은 이번 환율 상승의 이면에는 ‘외환딜러들의 투기거래’가 상당한 몫을 한 것으로 보고 누차 이를 경고했다. 실제 외환딜러들은 실적이 좋으면 해당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본인도 성과급을 받기 때문에 투기거래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24일 외환시장에서 외환당국이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을 통해 달러를 공급하면서 일부 투기세력의 기는 다소 꺾였다. 원―달러환율이 1180원대로 급락하면서 1190원대로 달러를 매입한 세력들은 일부 손실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그러나 환율상승세가 완전히 멈췄다고 보기는 힘들며 언제든지 상승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외환당국과 외환딜러들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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