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不實'14000여사 '휘청'

  • 입력 2000년 11월 14일 19시 00분


현대건설 동아건설 대우자동차 등 ‘부실 빅3’의 파장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업종 특성상 이들 ‘부실 빅3’가 몰고 온 피해는 1만4000여개의 전후방 연관업체에 이르고 있다.

이미 협력업체, 거래업체들 중 상당수는 자금난, 연쇄부도 등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산업연구원 조철 책임연구원은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 부실 빅3의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태풍의 눈 1차 피해권’〓대우자동차의 경우 부품을 공급하는 1차협력 업체만 402개로 이중 대우자동차에만 납품하는 업체는 270여개. 2, 3차 협력업체까지 합하면 1만여개나 된다. 대우차 협력업체 모임인 협신회에 따르면 1만여개 협력업체 종사자만 60여만명이나 된다.

이들 협력업체의 어려움은 멀쩡한 현대자동차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대와 대우에 독점적으로 부품을 공급해온 협력업체의 경우 연쇄부도의 위기에 몰리면 현대 역시 부품 공급차질을 겪게 되는 것이다.

최종 부도처리된 동아건설은 500여개 협력업체에 3000억원 가량의 물품 자재 대금이 어음으로 발행돼 있다. 이들 어음은 ‘종이쪽지’에 불과해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철근 시멘트 등을 현대건설에 납품한 2500여개 협력업체가 받아야 할 외상대금도 1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태풍의 간접영향권’〓대한가구공업협동조합연합회의 김영배부장은 “주택건설경기의 영향이 큰 가구업계의 경우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대부분이 중소기업으로 전락했다”며 “일반 수요자들의 소비심리 위축까지 가세하는 경우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한 영향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생산량이 1만여대로 IMF 이후절반 가량 줄어든 엘리베이터 업계의 경우 건설경기 침체가 6개월∼1년 후에 나타나는 업종의 특성에 비춰 내년 수요도 2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엘리베이터의 경우 부품이 자동차(2만여개)보다 많은 최고 4만여개여서 연쇄피해가 불가피하다. 중소 레미콘업체도 동아건설 부도 등의 영향으로 이미 500여개 업체가 260억원 가량의 연쇄부도를 맞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왜 피해가 큰가〓생산 1단위가 감소하는 경우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생산유발계수’는 자동차 2.24, 건설 2.07로 철강업(2.38)을 제외하면 조선(1.89), 정밀기계(1.93), 컴퓨터(1.76), TV 등 가전(1.88), 봉제 완구업 등 경공업인 기타 제조업(1.88) 등에 비하면 월등히 높다.

현대경제연구원 김선덕 연구위원은 “자동차 매출이 1억원 감소하면 다른 연관 산업의 매출도 1억2400만원 가량 줄어든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의 권혁기 연구위원은 “자동차 완성차 업체의 부도는 생산과 관련된 업체의 타격 등 ‘전방 역효과’뿐만 아니라 판매 정비 보험 등 ‘후방 역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구자룡·박중현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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