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구안 혼선…채권銀 "전달받은 案 없다"

  • 입력 2000년 11월 6일 18시 30분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과 현대전자 주식을 팔아 5500여억원을 마련, 이중 일부를 현대건설에 지원하기로 했다. 또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현대계열사 주식 중 처분이 가능한 상당 부분을 매각, 현대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사재를 출자한다.

정회장은 6일 이같은 내용의 자구안을 정부 고위관계자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이 갖고 있는 중공업 지분은 6일 종가기준으로 1827억원(12.46%), 전자지분은 3687억원(9.25%)으로 총 5514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현대는 이날 오후 2시경 정회장의 주식처분을 발표했다가 오후 6시경에는 이를 부인, “주식매각을 검토한 적도 없고 매각할 계획도 없다”고 밝혀 자구안을 둘러싸고 그룹내부가 극도로 혼미한 상태임을 드러냈다.

현대는 매각대금 5500여억원을 현대건설과 현대상선에 나눠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는 또 상선으로부터 중공업과 전자 주식을 매입할 주체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는 지급보증관계가 해소되는 대로 현대중공업을 계열에서 사실상 분리하고 현대전자를 조기 계열분리, 독립체제로 운영키로 하고 지분 및 지급보증 관계도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해소키로 했다고 밝혔다.

정회장도 자신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 중 현대건설과 현대투신 부실해소 담보로 내놓은 현대택배와 현대정보기술을 제외한 현대전자, 상선, 종합상사, 석유화학 등 4개사 지분 중 상당부분을 매각, 현대건설의 증자에 참여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대는 정부나 채권단이 요구한 감자 및 출자동의서 제출은 언급을 피했다.

현대건설은 해외투자자들이 보유중인 신주인수권부사채(BW) 8000만달러를 6일 전액상환해줄 것을 요구해와 만기연장협상에 들어갔으며 이날 돌아온 결제자금 434억원은 자체 자금으로 막았다.

한편 현대그룹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현대건설의 추가 자구안에 대해 그룹 내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된 사안인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며 매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현대건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이연수(李沿洙)부행장은 이같은 현대의 추가안과 관련, “아직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자구안이 없다”며 “현재로서는 그룹 내에서 충분히 조율된 자구계획인지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부행장은 또 “지분매각에 대해 현대상선의 동의를 받았는지가 불분명해 더 이상 언급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 부행장은 5514억원 규모의 자구안이 충분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같은 상황에서는 채권단 동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병기·박현진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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