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벤처, "어디 돈 좀 없어요?"

  • 입력 2000년 10월 18일 18시 37분


‘이 보다 더 심한 자금 혹한기가 또 있을까.’

국내 벤처업계에 ‘10월, 11월 위기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벤처기업들이 자금조달에 비상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기술을 바탕으로 설립된 K사는 최근 자본금을 다 까먹고 전환사채(CB)로 활로를 열어볼 계획을 세웠으나 여의치 않은 상태다. 국내 굴지의 S전자와 공동 사업 제휴 계약을 맺은 이 회사는 지난달만해도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매각할 경우 액면가의 20배 이상을 호가하며 여유를 보였으나 한 달 사이 두 번의 좌절을 겪고 말았다. 투자를 약속한 S전자로부터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동결됐다”는 통보를 받았고 주식 가치를 놓고 협상을 진행하던 한 창업투자사도 최종 결정 단계에서 투자를 보류하겠다고 통보해 온 것.

은행 신용대출이 불가능한 기업들은 기술 건물 임직원의 개인 인맥까지 동원, 운영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올 2월에 설립된 M사는 건물 임대보증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9월과 10월을 버티다가 이 대출금마저 바닥이 나자 사장과 임원이 번갈아 사채시장을 드나들며 급전을 구하고 있는 정도다.

비교적 규모가 큰 J사의 경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보험에도 가입했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아무리 전망좋은 기업이라도 이대로 가다간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투명성 때문에 보험에 들기로 했다”며 “벤처기업에 대한 무차별적인 외부의 냉대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KTB네트워크의 권오용(權五勇)상무는 “우량 벤처기업의 고사(枯死)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신용도가 높은 창업투자사의 회사채를 매입해 투자 여력을 장기적으로 확보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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