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둔화땐 경상수지 적자”…4%성장,물가3.9% 상승

  • 입력 2000년 10월 1일 20시 01분


내년 우리 경제에 대한 ‘잿빛’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경제성장률이 올해 8%대에서 내년엔 5%대로 크게 떨어지고 경상수지 흑자도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란 우울한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벗어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던 경상수지가 내년부터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각 민간 경제연구소의 내년 경제전망은 수치에는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내년엔 내수위축형 경기하강이 시작되고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경상수지 흑자폭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데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일 발표한 ‘2001년 국내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례적으로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현경연은 현실화될 확률이 70%라고 스스로 밝힌 1안에서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2000년 8%대에서 내년엔 5.5%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현경연은 또 경상수지는 20억달러 흑자에 그치고 소비자물가는 3.5%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현경연은 이같은 전망의 근거로 “소비 및 설비투자 증가세가 둔화되고 건설투자의 회복이 미미해 경기가 본격적인 하강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며 “수출증가세가 어느 정도 지속되지만 고유가 및 수입원자재 가격의 강세로 경상수지가 3년 연속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경연의 전망은 전경련 부설 경제연구소인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내년 경제전망치(경제성장률 5.3%, 경상수지 13억5000만달러 흑자, 소비자물가 상승률 3.8%)와 큰 차이가 없는 것.

현경연은 또 현실화 확률이 30%라고 밝힌 두 번째 시나리오를 통해 경제성장률이 4%대로 떨어지고 경상수지는 30억달러 적자로 돌아서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3.9%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라 이름붙여진 이 전망치는 내년에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세계경제의 성장률이 둔화돼 내수와 더불어 수출도 부진하고 2차 구조조정이 원만하게 마무리되지 못해 기업의 자금난이 확대돼 소비와 투자간에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전제조건 아래서 작성된 것이다.

한편 무역협회는 1일 밝힌 ‘2000∼2003년 수출입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수출은 1870억달러, 수입이 1870억달러로 무역수지가 제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여행수지 등 무역외 수지가 항상 적자인 한국의 산업구조상 무역수지가 균형이면 경상수지는 적자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

현경연은 “하반기 이후 국내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으므로 경기하강 기간 및 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책의 주안점을 경기의 급속한 하락을 막는 데 두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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