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값 왜 떨어지나?" 업계 초긴장

  • 입력 2000년 9월 14일 23시 54분


반도체 가격이 왜 이렇게 떨어질까.

반도체 가격이 연일 하락하면서 관련 업계가 초긴장하고 있다. 반도체 주요 제품인 64메가(8×8)D램 PC100 가격은 8일 개당 7.6∼8.06달러로 7일보다 5.24% 하락한 데 이어 12일에는 개당 7.35∼7.79달러로 전날보다 3.3% 떨어졌다. 13일에는 7.1∼7.53달러로 7달러선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더 떨어진다는 전망 우세〓반도체 가격 급락의 표면적인 원인은 PC분야의 수요 감소. D램 반도체 수요의 60%를 차지하는 PC시장이 최근 인텔의 새로운 CPU(중앙처리장치) 판매가 연기되면서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삼성전자가 이달부터 경기 화성에 10라인 가동을 시작한데다 업체들의 쉬링크(하나의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칩 개수를 늘리는 작업) 효과가 하반기부터 나타나고 있기 때문.

특히 최근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세력은 반도체의 실수요자가 아니라 여유 자금으로 반도체를 확보했다가 필요한 업체들에 공급하는 중간 브로커들이다. 이들은 반도체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보유 물량을 시장에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D램 가격이 내년 6월까지 6달러선(64메가 D램 PC100 기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반도체 공급 과잉이나 시장 정점은 아니다〓업계에서는 D램 가격이 떨어지고는 있지만 반도체 시장 자체는 2002년까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의 가격 하락은 계절적인 수요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며 반도체 경기 자체의 쇠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는 또 국제적인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추가적인 가격하락에도 수익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메리츠증권 최석포 연구위원은 “그동안 반도체 가격이 높았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며 “중장기적 시장 전망은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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