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 상대소송, 3건 승소 1건 패소

  • 입력 2000년 9월 6일 18시 25분


91년 봄. 증권거래소 상장업체인 흥양이 부도를 내고 쓰러졌다. 지금은 상장사 부도가 으레 있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흥양 주식에 투자했던 김정배씨 등 6명은 흥양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경원합동회계법인의 박연순씨 등 2명의 공인회계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 원고는 남의 이름을 빌려 주식투자를 한 차명계좌에 대해선 이기지 못했으나, 그 외에서는 손해배상을 받아냄으로써 부실회계감사가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줬다.

그 후 신정제지 영원통신 한국강관 옌트 국제정공 태흥피혁 등 상장기업이나 등록기업이 부도를 내고 쓰러진 뒤 부실회계감사가 있었을 때마다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랐다. 현재까지 13건이 제기됐다. 이중 3건에서 투자자들이 승소(일부포함)했으며 1건은 패했다. 3건은 합의로 소송이 취하됐고 6건은 1심 또는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부실회계감사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고 이기기 위해선 여러가지 준비를 해야 한다. 박용대 지평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부실회계감사가 있었던 회사의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투자자 가운데 감사보고서를 본 뒤 믿고 투자한 선의의 투자자만 소제기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증권회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투자가이드북에 나오는 요약재무제표를 본 것도 감사보고서를 본 것으로 인정되는 것이 대세다. 또 분식결산을 하고 그 자료를 회계사에게 제출한 회사와 분식결산 담당자를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박변호사는 “분식결산과 부실회계감사로 인해 손해를 본 투자자들은 변호사를 찾아 소송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아본 뒤 소를 제기하면 대부분 손실의 일부라도 배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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