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이익치회장 내부자거래 혐의 조사

  • 입력 2000년 8월 24일 18시 58분


이익치 회장
이익치 회장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퇴진압박을 받고 있는 이익치(李益治·사진)현대증권회장이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 내부자거래 혐의로 금감원 조사를 추가로 받고 있다.

당초 25일 열리는 금감위에서 징계조치가 결정될 것으로 알려진 이회장 처리문제는 내부자거래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다음달 열리는 금감위로 늦춰지고 징계수위도 높아질 전망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이회장이 6월 19일 현대증권 주식을 10만주나 한꺼번에 사들인 것으로 보고됐다”며 “이는 이회장이 미국에서 AIG그룹으로부터 외자 8억달러(약 9000억원)를 유치한다고 발표한 6월 22일 직전에 이뤄진 일로 내부 정보를 미리 알고 출국 전에 주식을 미리 사들인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회장이 증권거래법을 위반한 불법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회장은 6월초 현대증권 주가가 너무 떨어져 자신을 비롯한 현대증권 임원 45명이 52만1000주를 사들이겠다고 금감원에 승인신청을 냈다. 금감원은 6월 10일 주식취득을 승인했다. 증권사 임직원은 자사 주식을 자기명의로 취득할 수 없지만 과도한 주가하락을 막기 위해취득할 경우 금감원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이회장이 비록 주식취득을 승인받았다 해도 대부분 임원이 주식을 1000주 단위로 쪼개 2개월 동안 사들인 반면에 이회장과 3, 4명의 임원은 외자유치 직전에 사들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당시 외자유치건은 이회장과 이창식(李昌植)현대투신증권 회장 등 3, 4명이 극비리에 알고 있었을뿐 대부분의 임원은 사전에 모르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자유치 전에 현대증권 주식을 사들인 현대증권 임원은 이회장(10만주)을 비롯해 홍완순 현대증권 사장(1만9000주) 김종욱이사(1만주) 오수채이사(1만주) 김지민이사(8000주) 이상규상무(7900주) 권순석이사(7000주) 홍주탁이사(6000주) 이태석이사(3700주) 이대영이사(3200주) 김영화이사(4000주) 등 13명이다.

이회장 등 45명의 현대증권 임원들은 6월10일부터 2개월 동안 46만4600주의 현대증권 주식을 사들였으며 평균 매집단가는 주당 9521원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외자유치 후 주가가 1만3900원까지 오르는 데다 주식매집 날짜를 보면 이회장 등 3, 4명이 내부자거래를 한 혐의가 짙다”고 말했다.

한편 이회장측은 “주가가 너무 떨어져 주가부양을 위해 임직원이 나서서 주식을 사들인 것일 뿐 내부정보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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