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연구기관 '위기론' 공방

  • 입력 2000년 7월 19일 19시 02분


‘금융권 부실채권이 정부발표치보다 20조∼30조원이나 더 많다.’(한국경제연구원)―‘학생 리포트 수준이다.’(금융감독원)

‘외국자본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외환위기가 올 것이다.’(국제금융센터)―‘사람 몸에서 피를 빼면 시체가 된다는 소리와 같다.’(금융감독원)

한국경제연구원과 국제금융센터에서 한국경제의 위기 가능성을 지적한 보고서를 내놓자 금융감독원이 논리적인 허구성을 지적하는 등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한쪽에선 정부가 현실을 직시하면서 금융정책을 펼칠 것을 주문하는 반면 금융감독원은 ‘현장을 모르는 학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아무 것도 모르고 떠들어댄다’며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금융부실 규모 논란〓19일 강병호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기자회견을 자청, 전날 한국경제연구원(원장 좌승희)이 발표한 ‘금융권의 잠재부실채권규모 추정’ 보고서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출신인 강부원장은 “연구자(남주하 서강대교수)가 설정한 가정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고 반박했다.

강부원장은 “한경연 보고서는 대학생들이 흔히 내는 리포트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상장사 486개와 비상장사 4804개 등 모두 5290개 업체 중 20%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부실기업으로 보고 이를 근거로 금융기관 총여신 590조원 중 20%인 약 120조원을 부실채권이라고 주장했지만 가정이 너무 비현실적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경연이 조사대상으로 삼은 기업 중 금융기관 여신을 받지 못하는 업체가 많으며 이자를 제대로 못내는 부실기업은 아예 여신심사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또 총여신 중엔 지급보증(지난해말 기준 45조원)이 포함돼 있어 부실채권 규모 산정때 이중 계산된데다 가계대출도 20% 가량 포함돼 있는 점이 간과됐다는 것.

이에 앞서 한경연은 18일 금융권 잠재 부실채권 규모가 정부통계보다 20조∼30조원 더 많다며 이같은 차이는 제2금융권에서 신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을 도입하지 않은데다 일부 은행권이 잠재부실 규모를 과소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외환위기 가능성 공방〓이에 앞서 15일 국제금융센터가 내놓은 보고서에 대해서도 금감원은 내심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영재(金暎才)대변인은 “일시에 외자가 빠져나가면 외환위기가 온다는 국제금융센터의 주장은 마치 사람 몸에서 피를 빼내면 시체가 된다는 것과 똑같은 논리”라고 지적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외국인 투자한도 확대에 따른 영향 및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분석보고서에서 “외국인투자 비중이 국내주식의 29.7%를 차지,주식투자자금이 유출되면 외환위기 재발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연구기관과 금감원의 금융이슈 공방전
구분연구기관 주장금감원 반박
금융 잠재
부실채권
110∼120조원
(한국경제연구원)
―제2금융권 부실채권 과소평가
―일부 은행 잠재부실 채권 과 소평가
91조원(은행권 고정이하 여신 64조원, 비은행 권 부실채권 27조원)
-금융기관 여신심사 기능을 무시(부실기업은 여신심사대상 제외)
-금융기관 총여신에 지급보증 및 가계대출 포 함(여신이 이중계산되는 오류 자초)
-부실기업 회사채 발행규모 과다 추정(부실기 업은 회사채 지급보증 받기가 어려움)
외환위기
가능성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유입 급증으로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 경고 (국제금융센터)-가정 자체가 비현실적
-지금은 오히려 외국인 자금유입에 따른 우량 주식 독점현상을 경계해야 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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