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의 2인자 레이먼드 레인의 비애

  • 입력 2000년 7월 18일 18시 44분


‘조직내 2인자의 서러움은 이런 것인가.’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세계 2위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체 미국 오라클의 업무최고책임자(COO)이자 사장이었던 레이먼드 레인(53·사진).

오라클의 2인자였던 그가 최근 돌연 사임한 배경에 대해 미 정보통신업계에 정통한 인터넷뉴스사이트 시넷뉴스닷컴은 17일 “레인의 사임은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앨리슨과의 파워게임에서 패배한 결과”라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그의 사임은 오라클이 사립탐정을 고용해 MS 제휴사들에 대해 스파이 행위를 했다는 언론의 폭로에 책임을 진 것으로 여겨졌다.

시넷뉴스닷컴은 “인터넷사업에 대한 전략상의 의견 차이로 인한 두 사람의 갈등은 최소한 1년반 이상 계속됐으며 레인이 엘리슨으로부터 더 이상 좌절감과 모멸감을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그만두게 됐다”고 전했다.

레인은 지난달 30일 오레곤주에서 휴가를 보내다가 갑작스럽게 물러났다. 그는 이날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 본사에 있는 앨리슨으로부터 조직운영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의견을 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레인은 “앨리슨이 내가 동의할 수 없는 조직운영 방안을 제시했으며 휴가중인 나에게 해고 통지를 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임의사를 밝히자 앨리슨은 수리했고 회사측은 즉각 레인의 사임을 발표했다.

실리콘밸리에서 회사 고위층이 교체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레인의 사임은 가장 극적인 조직내 투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시네뉴스닷컴은 전했다. 한편으로는 경영자가 과거 실적에 관계없이 얼마나 허망하게 운명이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레인이 96년 사장에 취임한 이후 오라클의 매출은 96년 42억달러에서 지난해 88억달러로 두 배가 넘게 늘었다. 올해는 100억달러를 넘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레인은 회사를 위기로부터 구해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인터넷사업 전략과 운영 방안을 놓고 앨리슨과 심각한 의견 대립을 보였으며 결국 사실상 해고당하는 ‘2인자의 설움’을 맛보게 된 것.

시넷뉴스닷컴에 따르면 앨리슨은 △사장인 레인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고위층 회의를 주재하거나 △중간 간부들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고 △레인이 참석한 회의에서 그의 발언을 무시해 왔으며 레인은 앨리슨의 독단적인 운영을 비난해왔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