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사태 경과와 전망]빚70조 국민경제‘허덕’…車협상 일단

  • 입력 2000년 7월 18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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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19일 서울 중구 대우센터에 마련된 기자회견장. 당시 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은 사재 1조3000억원을 포함, 계열사 주식 등 총 10조원에 이르는 담보를 채권은행에 내놓겠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일단 자동차 부문을 정상화하고 나면 회장직조차 미련없이 버리겠다는 자못 비장한 각오였다.

그러나 ‘백의종군’하겠다는 발표의 ‘약효’도 잠시였다. 한달여 후인 8월26일 대우 12개 계열사는 결국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고 11월1일 김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사장단이 모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대우호’는 완전히 공중 분해돼 채권단의 손에 넘어갔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대우 사태’는 국민 경제 곳곳에서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우가 남긴 부채 70조원은 그대로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졌고 다른 기업의 연쇄 도산을 불러왔다.

대우 계열사의 워크아웃 작업도 소액주주의 반발, 채권단이나 노조와의 갈등 등 이해 당사자들의 다른 목소리로 ‘큰 틀이 깨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주력 계열사인 대우자동차 매각 작업이 급류를 타고 대우중공업과 ㈜대우 등의 분할 계획이 발표되는 등 회생 작업이 제 궤도에 오르고 있다.

▽매각 앞둔 대우차〓‘세계 경영’의 상징이었던 대우차는 워크아웃 12개 계열사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사였다. 연초부터 시작된 매각 작업은 지난달 29일 우선협상대상자로 미국 포드사가 선정되면서 일단 큰 틀이 잡힌 상태. 대우 구조조정협의회측은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포드가 1차로 제시한 7조7000억원 안팎에서 9월까지 계약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매각대금은 대우차 관련 채권단이 나눠 갖게 되고 대우차는 신설 법인으로 새 출발한다. 남은 상용차 부문은 이르면 다음달 중 3, 4개사가 참여하는 국제입찰 방식으로 매각 작업에 들어갈 전망.

▽주요 계열사 ‘회생’ 현황〓대우중공업의 경우 8월1일자로 조선해양 부문의 새 법인인 ‘대우조선공업’과 종합기계 부문의 ‘대우종합기계’로 분할된다. 조선 부문은 올해 상반기 15억달러 이상을 수주한 것으로 추정되고 종합기계 부문도 중국 현지법인이 중국내 굴착기 시장에서 1위로 부상하고 내수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상태.

대우그룹의 ‘돈줄’을 쥐고 있던 ㈜대우는 9월초 무역 부문과 건설 부문으로 분리될 예정. 22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무역 부문의 대우인터내셔널과 대우건설, 잔존 회사 등 3개사로 분할해 본격적인 경영 정상화를 이룬다는 계획.

대우전자는 백색가전과 영상기기, 멀티미디어 부문 등으로 분리돼 매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우 구조협은 최근 이같은 내용의 대우전자 처리 방안을 채권단에 통보해 놓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남은 과제〓대우차 문제는 포드가 1차로 제시한 가격 7조7000억원이 그대로 유지될지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 오호근(吳浩根)대우 구조조정협의회 의장은 이와 관련, “포드와 줄다리기 과정에서 다소 깎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우는 채권자 구조가 서로 얽혀 있어 주총이 열려도 채무 조정이나 법인 분할을 위한 지분 구도를 놓고 이견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대우의 경우 지난해 대우 구조조정협약에 참여한 채권단이 전체의 85% 정도로 나머지 워크아웃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개인 채권자들의 반발을 어떻게 잠재울지가 변수. 대우 부실 경영과 관련, 김우중회장 등 대우 주요 임원들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추궁 여부도 주목된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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