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원조' 정문술씨 리더스클럽 회장 사임

  • 입력 2000년 7월 17일 18시 39분


벤처기업 세대교체의 전주곡인가, 파벌주의에 대한 경고인가.

라이코스코리아 경영권을 30대 전문인에게 넘겨 관심을 모았던 미래산업 정문술(鄭文述) 사장이 이번에는 벤처기업 최고경영자들의 모임인 ‘벤처리더스클럽’ 회장직까지 사임해버렸다.

정사장은 14일과 15일 일본 센다이(仙臺)현에서 열린 벤처리더스클럽 세미나에서 “앞으로 벤처업계는 젊은 사람들이 이끌고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이 자리에는 한글과컴퓨터 전하진사장 비트컴퓨터 조현정사장 등 국내 벤처기업 최고경영자 30여명이 참석했다.

벤처의 원조격인 정 회장의 사임은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사임 이유가 주목을 끈다.본인의 얘기는 없지만 주위에서는 벤처업계가 학벌과 파벌중심으로 변질되고 있는 현상에 대한 불만이라고 해석한다. 한 참석자는 “서울 벤처 밸리에 같은 대학 출신이거나 동향 기업인을 밀어주려는 파벌주의가 싹트고 있다”면서 “이에따라 갓 시작한 벤처기업들이 파벌을 이끄는 ‘대기업형’ 벤처기업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90년 설립한 주력기업 미래산업을 한국기업 최초로 미국 나스닥에 등록시킨 데 이어 라이코스코리아(포털서비스)와 소프트포럼(보안서비스) 등 인터넷 분야에 잇따라 진출, 젊은 기업가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최근에는 30대의 전문인에게 라이코스코리아 경영권을 맡긴 데 이어 정회장은 미래산업도 전문 경영인에게 넘기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세대 교체를 직접 실천해왔다. 정회장의 사임으로 우리벤처가 실력으로만 승부하는 ‘진짜 벤처’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센다이(일본)〓최수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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