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軍항공유 구매, 정유사에 바가지 썼다

  • 입력 2000년 7월 4일 18시 33분


국방부가 98, 99년 당시 국내 5개 정유사로부터 군 항공유(JP-8, JET-A1)와 경유를 구매하면서 다른 민간 기관에 비해 부적정하게 높은 값을 지불했기 때문에 그 차액 1200여억원을 환수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감사원으로부터 권고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감사원은 또 국방부에 대해 정유사들의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를 조사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앞으로 석유류를 구매할 때 국제 유가에 연동하는 방법 등으로 구매하라고 권고했다.

이같은 사실은 본보 취재팀이 4일 단독 입수한 ‘국방부의 항공유 등 구매에 관한 감사원의 감사보고서’에서 확인된 것으로 본보가 최근 보도(6월 27∼29일자)한 정유사들의 담합 및 고가의 원가 산정 실태와도 부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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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방부 조달본부는 98, 99년 정유사들로부터 9억3144만여ℓ(2614억여원어치)의 항공유를 입찰 구매하면서 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이 구입한 금액보다 ℓ당 평균 92.23원 비싼 280.65원을 지불, 859억여원 비싸게 구매한 것으로 지적됐다.

국방부 조달본부는 또 같은 기간 저유황 경유 3억9460여만ℓ(1007억여원어치)와 고유황 경유 1억1850만여ℓ(319억여원어치)를 구매하면서 철도청이나 수협중앙회 등에 비해 각각 ℓ당 평균 75.69원과 61.69원을 비싸게 지불, 371억여원의 예산을 낭비했다는 것.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국방부 조달본부가 정유사들로부터 항공유 등을 구입하면서 정유사와 다른 다량 소비업체(또는 기관)간의 실제 거래 가격을 조사 확인하지 않고 정유사들이 자율적으로 정한 가격에 따라 구매함으로써 이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예산심의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이 처음 제기되자 곧바로 감사에 착수, 최근 이같은 결과를 국방부에 통보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해 9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군과 민간항공사 등간의 원가 반영 방식이 달랐다”며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한 국방부의 조사 결과에 따라 차액 환수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유사 관계자는 “민간 항공사에 대한 항공유 판매 물량이 군보다 5배 가량 많아 값을 싸게 할 수밖에 없고 군의 경우 수송비나 저유비 등 부대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된다”며 “이같은 차이를 인정하지 않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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