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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7월 2일 21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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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서울벤처밸리는 우리나라 벤처산업의 대명사이며 중심지. 테헤란로를 따라 강남역에서 역삼역 선릉역 삼성역 등을 지나 탄천변에 이르는 기다란 타운이다.
벤처열풍이 휘몰아치던 시절 너도나도 몰려온 벤처들이 서울벤처밸리를 떠나는 것은 갈수록 악화하는 사업 여건 때문. 이중 가장 큰 이유는 비싼 건물임대료다. 여기에 기본적인 사무공간이 부족한데다 극심한 교통난까지 가세했다.
리눅스코리아는 최근 강남구 도곡동 롯데백화점(옛 그랜드백화점) 부근에 평당 200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 곧 이사할 예정이다.
서울벤처밸리의 평당 임대료 400만∼600만원에 비하면 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대신 사무실 공간을 50평에서 184평으로 크게 넓혔으며 피로에 지친 직원을 위한 수면실까지 갖추기로 했다.
최근 벤처열기가 꺾이면서 추가 투자유치가 어려워지자 고정비용 절감을 위해 ‘탈 서울벤처밸리’를 검토하는 중소형 벤처들도 속출하고 있다.
인터넷관련 벤처 P사는 수익모델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비싼 임대료 부담을 피하기 위해 외곽으로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러시아워 때 서울벤처밸리의 교통난은 택시운전사들이 진입을 기피할 정도. 인터넷무료전화서비스를 준비중인 큰사람컴퓨터는 지난달 아예 강북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서울벤처밸리는 그야말로 교통지옥”이라며 “강북으로 이전하니 한국통신 정보통신부 등 관련 기관을 찾아가기가 훨씬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병원 시스템 통합업무를 다루는 우신정보기술은 다른 업체와의 긴밀한 업무협조를 위해 사무실을 이전했다. 전략적 제휴를 맺은 삼도물산이 위치한 서울 중구 순화동으로 이사한 것.
벤처업계에서는 “서울벤처밸리는 부동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형성됐다”면서 “빠른 정보수집이 필요한 인터넷서비스 기업을 제외하고는 장비나 부품 개발회사가 굳이 서울벤처밸리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