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0년 6월 13일 19시 17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남북경협과 관련해 거론되는 사업아이템 중 한국기업들이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프로젝트는 서해안 특구공단건설.
남한의 기술력과 자본이 북한의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과 결합해 서로간에 윈윈(win win)게임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투자비 회수도 빠를 것으로 보여 정부의 지원 없이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공산이 크다. 특히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동남아시아나 중국으로 공장을 옮긴 신발 식품 등 노동집약적인 업종의 중소기업들이 서해안 공단 입주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20만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를 얻을 수 있고 100억달러 이상의 수출이 가능해져 단숨에 경제난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서해안공단은 북한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프로젝트이다. 수십만명의 근로자가 남한 기업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개방의 파급효과가 금강산 관광에 비할 바가 아니다. 체제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남북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서해안 공단건설을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은 현대와 삼성.
현대는 해주나 남포 부근에 총 2000만평 규모의 경제특구 공단을 개발, 공단 800만평, 배후도시 1200만평을 개발한다는 마스터플랜을 갖고 있다.
공단은 8년간 3단계로 이루어질 예정. 우선 1단계로 1년안에 100만평 규모의 시범공단을 조성, 200여개 업체를 입주시켜 4만명의 북한 근로자를 동원해 연간 30억달러의 수출실적을 거둘 계획이다. 3단계가 마무리되면 850개 업체가 입주, 22만명의 고용을 창출하며 연간 200억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현대측 계산.
현대가 공단 후보지로 눈독을 들이는 곳은 해주. 서해와 맞닿아 있으면서 철도나 도로시설이 비교적 양호, 수출기지로서의 매력적인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남한과 가깝다는 것이 유리한 점.
남포직할시 역시 지리적 여건이 좋다. 평양의 해상관문으로 대동강 하구에 위치해 있으며 전력사정도 다른 곳에 비해 유리하다.
삼성 역시 남포나 해주 일대에 수원전자단지와 유사한 대규모 전자단지조성 계획을 추진중이다. 50만평 규모인 전자단지에 10년간 5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
그러나 북한은 평양과 가까운 곳에 공단을 조성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듯 우리측에 평안북도 신의주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측은 신의주가 저지대인데다 물류비용이나 수송시간에 문제가 있어 입지조건이 열악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은 북한의 입장을 고려, 신의주에 중국시장을 겨냥한 소규모 공단을 조성하고 이와 함께 해주와 남포에 대규모 공단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