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태풍]정부개입 벗어나 독자적 '살길찾기'

  • 입력 2000년 6월 8일 20시 04분


인수합병(M&A)이 기업은 물론 금융기관의 생존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소형 벤처기업간에 간헐적으로 이뤄져온 M&A가 재벌기업과 대형 제조업체로 확대되고 있다.

우선 금융기관 2차 구조조정이 가시화하면서 M&A 대상에 오른 금융기관들도 ‘짝짓기’ 도상연습에 들어갔다. 일부 도태위기에 몰린 금융기관들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합병 가능성을 저울질할 정도다.

▽걸림돌 대부분 사라져〓외환위기 직전 국내 시장은 M&A의 무풍지대였다. 70년대 미국에선 ‘정크본드의 황제’ 마이클 밀켄의 등장으로 M&A가 유력한 구조조정 수단으로 각광받았지만 ‘가업(家業)’전통에 젖은 국내 대기업들은 소유권을 넘기는 M&A에 강한 거부감을 보여왔던 것.

그러나 M&A의 제도적 기반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마련됐다. 정부는 IMF와의 합의에 따라 지분 ‘25%+1’주 인수시 의무공개매수 조항 등 대표적인 반 법을 철폐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증시부양을 위해 적대적 M&A까지 허용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임재우 세종법무법인 변호사는 “현재 남아 있는 법적인 규제는 지분 5% 이상 매수시 시장에 공개해야 한다는 정도에 불과하며 이같은 개방도는 거의 선진국 수준”이라고 말했다.

▽재벌사도 M&A에 동참〓IMF체제 이후 대표적인 M&A 사례로는 5대재벌의 ‘빅딜’이 꼽힌다. 이 빅딜은 그러나 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개입되는 바람에 LG반도체 등 해당업체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과잉설비나 인력문제도 아직 해결하지 못해 “뭣하려고 빅딜했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러나 8일 시장에 알려진 한솔엠닷컴 제일투신 등 재벌기업들의 M&A는 순수하게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것. 한솔의 경우 업계에서 가장 낮은 시장점유율을 기록, 기로에 서있었고 제일투신은 자본확충이 여의치 않자 해외 파트너로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LG정보통신 LG전자처럼 그룹내부 지분정리 등을 위해서나 분사 등을 위한 M&A도 다반사로 진행되고 있다.

▽‘코스닥을 살리려면 M&A 부추겨야’〓장기침체기를 맞은 코스닥시장에도 M&A가 유일한 활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코스닥의 주가조정과 M&A의 역할’이란 보고서를 통해 “코스닥 주가가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M&A에 대한 이사회의 결의가 쉬워진다”며 “여유자금이 소진해가는 벤처기업들은 사업전략 재무전략적 동기에서라도 M&A에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 연구소 관계자는 “코스닥기업들은 거래소 기업과 달리 위험성이 높은 기업들”이라고 전제, “운용자금이 바닥나 청산되는 것보다 M&A를 통해 기업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구조조정의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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