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합병 앞당긴다…정상회담후 전면 구조조정

  • 입력 2000년 6월 6일 19시 14분


조흥 한빛 외환 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이 지주회사를 통해 합병된다.

또 주택 국민 등 우량은행이 자율적 합병에 나설 경우 세제혜택과 증자지원 등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정부는 7일 오전 경제장관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은행 구조조정 원칙과 방향을 결정하고 채권 시가평가제 시행에 따른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동안 느슨하게 풀어놓았던 금융 및 기업개혁의 고삐를 다시 바짝 조이는 셈. 더 이상 미적거리다간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인 개혁이 물거품돼 시장 불안이 확산되고 경제 체질도 취약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6월엔 향후 경제개혁의 방향을 좌우할 굵직한 현안들의 처리가 집중적으로 예정돼 있어 정부가 추진해온 일련의 개혁작업이 중대한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급류타는 은행 통폐합〓금융감독위원회 고위관계자는 “은행합병 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7일 회의에서 금융구조조정의 대원칙을 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우량은행과 비우량은행간 인위적 합병을 강요하지 않고 △우량은행끼리 합병하면 세제지원과 후순위채 매입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며 △공적자금 투입 은행은 지주회사 아래에 하나로 묶는 등의 원칙을 밝힐 예정이다.

정부의 구상은 한빛 조흥 외환 등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을 단일 지주회사의 자회사 형태로 합한 뒤 이들 은행의 자회사인 증권 보험 투신 등을 ‘손(孫)회사’로 허용해 대규모 금융전업그룹으로 육성하는 것. 은행 합병의 모델을 제시할 금융지주회사법의 골격은 15일경 열리는 공청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현재 주택 국민 신한 등 대다수 은행들은 지주회사 도입을 전제로 가상 파트너와의 합병을 도상 연습중이다.개원 임시국회에 상정될 지주회사법은 금융계 재편에 대한 정부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어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금감위 관계자는 “국민 주택은행 등과 후발 우량은행의 합병은 독자적 판단에 맡길 것”이라며 “이들이 자발적으로 합병할 경우 카드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등 제도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힘으로 금융구조조정 압박〓금융지주회사가 자율적 은행합병을 유도하는 수단이라면 금융기관들이 신자산건전성분류기준(FLC)에 따라 6월말까지 모든 부실을 투명하게 드러내도록 한 것은 시장의 압박으로 구조조정을 촉구하는 장치.

금융기관들은 이 기간 안에 앞으로 생길 가능성이 있는 잠재부실을 망라해 모든 부실상황을 새 기준에 따라 파악하고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아 ‘클린 뱅크’ 선언을 해야 한다. 증자 등을 통해 클린 뱅크로 전환하지 못하는 금융기관은 비우량 판정을 받아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타 기관과의 합병 압력을 받게 될 전망.

한투 대투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이 이달 중 끝남에 따라 투신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기 위한 하부구조도 갖추게 된다. 정부는 금융기관들이 예금보험공사에 내는 예금보험료를 이달 중 인상해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을 추가로 확보하기로 했다.

▽기업개혁도 가속화〓7월초 주요 그룹들은 99회계연도분의 결합재무제표를 공표해야 한다. 결합재무제표는 현행 연결재무제표와 달리 계열사간 거래액의 중복계산이 제외되고 계열사간 출자 등이 상쇄돼 매출액은 줄어들고 부채비율은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삼성 현대 LG SK 등 4대 재벌은 종전 기준에 따라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췄지만 결합재무제표상으로는 모두 20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춰둔 부실이 추가로 드러나고 재무구조가 허약한 것으로 판명되면 해당기업은 지배구조 개선과 부채감축 등 강도 높은 개혁에 나서라는 시장의 압력을 받게 된다.

정부는 법무부가 용역을 의뢰한 기업지배구조개선 방안이 이달 중 완성되면 결합재무제표 발표와 맞물려 재벌개혁의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는 재벌총수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해 소수주주권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 등이 담기게 된다.

정부는 또 이달 하순경 상반기 경제운용 결과를 점검해 하반기 거시경제정책 방향을 수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이 최근 금융구조조정에 대비해 대출금을 경쟁적으로 회수해 중견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되는 등 시장상황이 불안한 상태여서 개혁의 강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박원재·박래정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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