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태 채권단 반응]"경영진 내분땐 지원 재검토"

  • 입력 2000년 6월 1일 19시 30분


현대그룹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현대그룹 경영진을 둘러싼 내분으로 인해 현대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채권단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채권단은 또 현대그룹과 추가적인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지는 않되 현대가 발표한 자구계획을 추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채권단회의를 소집해 자금지원 계획을 재검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1일 “현대 경영진의 갈등은 기본적으로 내부문제로 채권단이 관여할 사항은 아니다”며 “그러나 이로 인해 현대 자구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떨어져 유동성위기가 지속된다면 채권단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내분사태가 지속돼 시장에 영향이 있으면 채권단이 ‘재무구조개선 평가위원회’를 열어 당초 약속한 긴급 유동성 자금지원계획을 재검토할 수도 있다”며 “다만 현재는 좀더 상황을 지켜봐야 하며 이는 금융감독위원회와도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용근(李容根)금융감독위원장이 현대그룹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도록 언급한 것과 관련해 외환은행측은 당장 체결할 필요성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현대는 지난해말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개선사항을 모두 이행해 약정이 종료된 상태”라며 “현 규정상 9월에 반기결산자료를 토대로 부채비율과 유동성현황이 기준에 미달할 경우 추가로 맺게 돼 있어 당장 체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가 발표한 자구계획을 상시 점검해 이행되지 않을 경우 즉각 채권단회의를 소집해 지원방안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 현재 500억원의 자금지원을 한 외환은행 외에 조흥 한빛 주택 농협 등이 모두 2500억원의 단기유동성자금지원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한편 현대그룹은 외환은행측에 빠른 시일 내에 유가증권 매각대상과 평가금액을 결정해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외환은행측은 이를 제출받는 대로 현대측과 구체적인 매각일정과 매각방법 등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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