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체'건설 자금난]수주잔고 19兆불구 '끙끙'

  • 입력 2000년 5월 26일 19시 49분


현대그룹의 모체이자 국내 간판급 건설업체인 현대건설의 자금난은 정몽구(鄭夢九) 몽헌(夢憲) 회장의 경영권 분쟁 이후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외 금융계가 현대의 경영 능력을 불신하면서 신규 대출이 막히고 만기가 돌아온 어음이 연장되지 못하자 자금수요가 급증해 긴급자금을 지원받기에 이르렀다.

현대건설측은 자금난에 몰리기 전까지는 한달 평균 수입이 1년전보다 15% 늘어난 7500억∼78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사정이 좋았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외에서 공사 수주가 호조를 보인 덕택이라는 설명.

현대는 99년에 전년(5조1746억원)보다 무려 91% 증가한 9조9021억원을 수주했고 올들어서도 23일 현재 2조7000억원의 수주를 기록했다. 수주 잔고도 99년말 현재 19조3251억원으로 4년간 사업물량을 확보해 둔 상태.

그러나 구조조정을 앞둔 투신사 종금사 은행들이 현대건설 어음과 회사채의 연장을 기피하면서 자금 압박이 시작됐다. 4월에 터진 정몽구 몽헌 회장의 경영권 분쟁은 이런 상황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금융기관들은 이때부터 회사채 기업어음의 만기를 일주일 짜리 등 초단기로 돌리거나 만기 연장을 회피하기 시작했다. 외국계 금융기관에선 이보다 먼저 압박을 가해왔다.

현대건설 재정부 임종익(林鍾翼) 부장은 “5월에 갚아야할 채권액이 무려 5300억원이었다”며 “이를 상환하면 당좌한도를 다 쓰게 돼 한도 증액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앞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이 △6월 1100억원 △7월 2020억원 △8월 1050억원 △9월 600억원 △10월 720억원 △11월 700억원 △12월 1900억원에 불과해 더 이상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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