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소매금융시장 싸고 경쟁 "갈수록 태산"

  • 입력 2000년 5월 15일 20시 52분


소매금융시장을 둘러싼 시중은행들의 경쟁이 점입가경을 이루고 있다.

자동차 구입자금을 빌려주는가 하면 주택을 담보로 한 노후연금대출과 같은 선진 소매금융상품의 도입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할부시장 공략 나선 은행들〓한빛은행은 8일부터 자동차 구입 대출자금을 직접 빌려주면서 할부금융회사의 영역에까지 진출할 채비다. 할부금융사를 통한 구입자금 대출보다 3∼4%포인트 유리한 금리를 내걸고 최장 5년의 상환조건으로 최고 3000만원까지 빌려준다.

그동안 시티은행과 HSBC 등 외국계 은행이 선점해왔던 할부금융시장의 공략에 국내 시중은행들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실제 4월 가계자금 대출 증가율이 9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은행들이 할부금융사(캐피털업체)와 신용카드사가 갖고 있는 할부채권을 1조2000억원어치나 사들인 영향이 컸다. 즉 소비자들이 자동차 및 각종 제품을 할부로 구입하고 할부금융사나 신용카드사에 내는 할부금을 담보로 은행이 이들 금융기관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것. 은행으로서는 안전한 가계대출채권을 담보로 10%대의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현재 이 분야의 선두주자는 제일, 주택은행으로 할부금융사와 업무제휴를 맺어 4월에만 각각 7000억원과 4000억원을 사들였다.

▽선진 가계금융상품 도입 추진〓윌프레드 호리에 행장이 몇 차례나 "이달부터 선진 가계금융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밝혀온 제일은행은 교육대출상품 등 새로운 가계금융 대출상품을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한빛은행도 퇴직자시장을 겨냥해 10∼20년 후에 고객이 보유한 주택을 은행이 매입하는 조건으로 연금형태로 일정 금액을 매달 지급하는 새로운 주택담보 대출상품을 설계 중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보유 주택을 자녀에게 물려주기보다 이를 담보로 노후생활을 즐기려는 퇴직자들이 앞으로 늘 것으로 보고 이들을 겨냥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한미은행도 고객이 대출을 신청하지 않아도 은행이 거래 고객의 신용도를 점검해 대출한도를 미리 통보해 가계대출을 유도하는 '가이던스라인 제도’를 하반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금융연구원 권재중(權才重)연구위원은 "각 은행의 해외 선진 가계금융상품을 도입해 가계금융시장의 파이를 넓혀가려는 시도는 긍정적”이라며 “다만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고 과당경쟁을 할 경우 후유증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진·신치영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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