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코스닥기업분석]영업실적"좋아요" 주가전망"글쎄요"

  • 입력 2000년 5월 15일 19시 47분


‘국내 상장 및 코스닥 등록기업들의 올 1·4분기(1∼3월) 영업실적은 수치상으론 꽤 좋아보이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선 낙관할 수 없다.’

미국 증시의 불안과 국내 증시 수급악화, 투신권 등 2금융권 구조조정 착수 등 국내외 변수로 인해 실적이 주가에 반영되기 어려운 상황인 점도 감안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이와관련 국내 12월 결산 상장 및 등록법인들은 분기보고서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올 1·4분기 영업실적 보고서를 15일 금융감독원 증권거래소, 증권업협회 등에 제출했다. 분기실적 공개에 앞서 현대증권의 잠정실적 자료를 토대로 실제 투자에 활용하는 요령을 알아본다.

▽실적호전추세는 이어져〓현대증권이 은행을 제외한 57개 주요 상장사를 대상으로 1·4분기 실적을 추정한 결과, 매출액은 33조344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8.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조3844억원으로 74.4%,경상이익은 4조5339억원으로 188.5%가량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업의 경우 매출액이 전년 동기에 비해 31.5%,영업이익이 61.9%, 경상이익이 189%로 각각 큰폭으로 증가했다. 업종별 1·4분기 경상이익 증가율은 △전기전자 337% △기타 서비스 223% △통신 222% △운수 및 창고 200% △화학 157% △소매 95% 등이다.

27개 코스닥 주요 등록기업의 1·4분기 매출액은 1조365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4.1% 증가에 그쳤으나 영업이익은 905억원으로 18.5%, 경상이익은 1344억원으로 무려 364%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부풀려진 측면을 감안해야〓그러나 비교시점인 작년 1·4분기의 기업환경이 가장 열악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난 3개월 동안의 ‘영업성적표’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지적이다.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정태욱이사는 “작년 하반기부터 수출단가 상승, 금리인하에 따른 이자부담감소,환율절상에 따른 평가익 등 호재가 어우러지면서 기업실적이 대폭 개선된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1·4분기 실적비교는 유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정이사는 “1·4분기의 실적호전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지는 좀더 두고봐야할 것”이라며 “미국의 소비둔화에 따른 국내 수출위축 가능성,원유가격의 급등추세,금융구조조정의 성공 여부 등 변수가 너무나 많다”고 강조했다.

▽분기실적자료 활용포인트〓현 장세에선 기업수익의 증가가 곧바로 주가상승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게 일반적인 평가. 그렇지만 실적개선의 내용을 꼼꼼히 뜯어보면 좋은 종목을 한발 앞서 고를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듯.

우선 해당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얼마나 많이 벌었는지, 즉 영업이익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살펴야 한다. 환차익과 이자비용 감소 등 경상이익이 증가하면서 당기순이익이 부풀려진 경우가 적지 않으며,장사를 잘해서 순이익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실적호전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증권전문가들은 “자본금 증가로 영업이익이 희석될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주당순이익(EPS) 기준으로 종목을 고르는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귀띔한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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