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정부측에서 공식적으로 ‘사재출연을 하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 그러나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청와대 관계자들이 30일 잇달아 사견임을 전제로 “지금까지 현대측이 내놓은 방안으로는 시장을 설득시킬 수 없다(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 “자구노력을 하지 않으면 현대투신에 대한 자금지원은 어렵다(이기호 경제수석)”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지난주말까지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 “현대가 알아서 하지 않겠느냐”라는 반응에서 한층 공세로 돌아선 분위기.
이와 관련해 금감위 관계자는 이날 “구조조정이 결국 시장경제 메커니즘을 회복하는 수순이라고 할 때 정부가 기업 소유자에게 대놓고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재산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며 정부의 속사정을 설명했다.
현대투신 문제를 뿌리째 해결하지 않고서는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없고, 결국 어떤 형태로든 정부의 지원 없이는 해결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데는 정부도 내심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추가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현대측이 경영실패를 자인하고 금전적으로 성의를 보여야만 자금지원 개시의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현대에 비해서는 아쉬울 것 없으면서도 사재출연 해법을 먼저 제안한 삼성에 비하면 현대측은 너무 안이한 것 같다”며 현대측의 ‘무책임한 버티기’에 서운함을 나타냈다.
삼성은 작년에 삼성자동차 부실을 이건희 삼성회장의 삼성생명 보유주식 400만주(삼성측 주장으로는 2조8000억원 상당) 출연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바 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증시가 현대투신 문제에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정부의 현대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며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한 정부내의 강경기류를 전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