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代해법 정부 속사정]"私財출연 말로 해야 하나"

  • 입력 2000년 4월 30일 23시 41분


현대투신 문제 해결의 핵심인 연계콜(투신사가 고객의 신탁자산에서 빌린 돈) 해소를 위한 자금지원 문제를 놓고 정부가 현대측에 먼저 성의를 보이라는 물밑압박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측에서 공식적으로 ‘사재출연을 하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 그러나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청와대 관계자들이 30일 잇달아 사견임을 전제로 “지금까지 현대측이 내놓은 방안으로는 시장을 설득시킬 수 없다(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 “자구노력을 하지 않으면 현대투신에 대한 자금지원은 어렵다(이기호 경제수석)”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지난주말까지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 “현대가 알아서 하지 않겠느냐”라는 반응에서 한층 공세로 돌아선 분위기.

이와 관련해 금감위 관계자는 이날 “구조조정이 결국 시장경제 메커니즘을 회복하는 수순이라고 할 때 정부가 기업 소유자에게 대놓고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재산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며 정부의 속사정을 설명했다.

현대투신 문제를 뿌리째 해결하지 않고서는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없고, 결국 어떤 형태로든 정부의 지원 없이는 해결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데는 정부도 내심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추가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현대측이 경영실패를 자인하고 금전적으로 성의를 보여야만 자금지원 개시의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현대에 비해서는 아쉬울 것 없으면서도 사재출연 해법을 먼저 제안한 삼성에 비하면 현대측은 너무 안이한 것 같다”며 현대측의 ‘무책임한 버티기’에 서운함을 나타냈다.

삼성은 작년에 삼성자동차 부실을 이건희 삼성회장의 삼성생명 보유주식 400만주(삼성측 주장으로는 2조8000억원 상당) 출연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바 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증시가 현대투신 문제에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정부의 현대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며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한 정부내의 강경기류를 전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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