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먼데이]'큰손'들 폭락장 대응/외국인 1579억 순매도

  • 입력 2000년 4월 17일 19시 08분


주식시장의 ‘큰 손’인 기관투자가와 외국인들은 17일 폭락장에서 서로 다른 매매행태를 보였다.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별로도 서로 다른 패턴을 보였지만 크게는 ‘외국인 팔자, 기관 사자’로 요약됐다.

기관과 외국인들은 최근 주식시장에서 주로 주식을 내다파는 세력. 개인들의 매수만으로는 지금같은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점에서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투자자들의 큰 관심사다.

▽최근 동향〓외국인들이 지난주까지 거래소시장에서 1168억원 순매수한 것을 빼면 이달들어 외국인 기관은 두 시장에서 모두 ‘팔자’에 치중했다. 거래소시장 외국인들도 12일부터는 보유주식을 팔기 시작, 17일까지 사흘동안 4300억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순매도.

은행 증권 투신 보험 등 기관투자가들은 시장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주식을 팔아 이달들어 14일까지 거래소시장에서 436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69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들의 매도물량을 대부분 개인들이 받아냈지만 역부족. 전문가들은 “외국인과 기관이 다시 순매수로 돌아선 이후에나 시장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외국인은 계속 매도〓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는 17일에도 계속됐다. 외국인들은 이날 거래소시장에서 156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9억원어치의 주식을 순수하게 내다 팔았다. IMF이후 두드러진 미국증시 동조화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셈.

현대증권 한동욱대리는 “전 세계를 무대로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 역시 벤치마크 지수를 따라잡아야 하고 환매가 늘어나면 주식을 팔아야 하는 것은 우리 펀드매니저들과 똑같다”며 미국증시 반등이 확인될 때까지는 매도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임원 역시 “현재 외국인들의 매도는 차익실현 차원이 아니라 펀드가입고객들의 환매요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관, 순매수로 돌아섰나〓외국인과는 달리 기관들은 17일 거래소시장 상장종목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눈길을 모았다. 투신 2440억원, 증권 1140억원 등 거래소시장에서 총 239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하지만 은행 보험 등은 ‘팔자’에 열중했다.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투신사 128억원 등 190억원어치를 순매도해 대조를 이뤘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기관들이 거래소보다 코스닥을 더 좋지 않게 보는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돌기도 했다. 대한투신 이상호 주식투자부장은 “저가(低價)매수의 기회라고 생각해 주식매입에 나섰다”고 말했지만 상당수의 펀드매니저들은 순매수가 얼마나 갈 지에 대해 회의적.

익명을 요구한 한 펀드매니저는 “정부가 간접적으로 순매수할 것을 주문했을 것으로 짐작된다”며 “투신권에 신규자금이 들어온 지가 까마득한 데다 시황도 좋지 않아 곧 ‘본색’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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