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벤처기업]수익구조 부실-주가 폭락

  • 입력 2000년 4월 16일 20시 22분


《벤처업계에 먹구름이 돌고 있다. 서울 지하철 강남역과 삼성역을 사이에 둔 서울벤처밸리에는 최근 웃음이 사라지고 있다. 벤처기업 사람들의 이목은 추락하는 미국 나스닥(NASDAQ)과 국내 코스닥 시장에 쏠려 있다. 업계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벤처 몰락’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벤처는 과연 ‘거품’으로 끝나는 것일까. 또 최악의 상황에서 벤처기업들의 생존전략은 무엇일까. 주가폭락사태를 계기로 국내 인터넷 기업의 현주소를 긴급 진단한다.》

“흥이 나지 않습니다. 직원들이 풀이 죽어있습니다.”

“조정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새싹처럼 돋기 시작한 벤처기업 붐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입니다.”

주가 폭락으로 벤처기업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코스닥에 등록하지 않은 기업들도 주가폭락에 따른 ‘거품론’으로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

벤처로 몰리던 엄청난 규모의 자금줄들도 최근 급속하게 ‘수도꼭지’를 잠그고 있어 거침없이 상승 곡선을 타던 ‘벤처 신화’의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현대증권 벤처투자 담당인 김종욱이사(장외시장본부장)는 “이달초부터는 벤처 투자를 엄선하고 있으며 상당수에 대해서는 투자를 보류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검은 구름이 확실히 걷힐 때까지는 관망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김이사는 “현대그룹의 경우 금년 한해 5000억원을 벤처기업에 투자할 예정이었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투자규모를 대폭 축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벤처투자의 포문을 열었던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도 주가폭락 분위기를 고려해 투자자세를 ‘소극적’으로 전환했다.

지난달 “금년 투자액을 당초 1억달러에서 4억달러로 늘리겠다”며 적극적인 공세를 선언했으나 이후 1개 기업에 40억원을 투자한 것 외에 이렇다할 후속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메디슨 한글과컴퓨터 등 국내 7개 벤처기업이 연합, 3000억원의 펀드를 모집중인 ‘코리아벤처펀드’도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21일까지 벤처펀드를 모집할 예정이지만 목표달성은 어려울 전망이라는 것.

국내의 대표적인 벤처펀드가 ‘목표미달’로 끝날 경우 벤처기업에 대한 일반의 투자심리는 급랭할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인터넷홀딩스 김동재 사장은 “벤처 열풍이 조만간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은 해왔으나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이번 기회에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이나 수익구조가 없는 벤처기업은 퇴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는 나스닥과 코스닥이 조정을 마치고 회복기미를 보인다 해도 국내 인터넷 벤처기업은 상당기간 조정을 더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확실한 수익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

또 인터넷 기업은 ‘글로벌 마케팅’을 기본으로 해야 하지만 국내 기업 대부분이 ‘국내용’에 불과해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점도 ‘장기 침체’ 가능성을 점치게 하고 있다.

아시아벤처캐피탈 서동표 사장은 “전문가들은 당초 벤처기업 가운데 금년내로 절반이상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해왔다”면서 “주가폭락 사태에 이은 자금경색과 인터넷기업의 취약한 수익구조 노출 등으로 ‘퇴장’하는 벤처기업이 의외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수묵기자>moo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