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허튼짓 하면 투자자 등돌린다"…주가상관성 분석

  • 입력 2000년 3월 29일 19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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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내분사태로 한국기업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의 불신이 높아지는 가운데 CEO의 도덕성 실추는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디지털혁명이 본격화되 면서 최고의사결정권자인 CEO의 판단과 행동이 더 중요해지면서 CEO에게 요구되는 도덕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CEO의 도덕성이 더 중요해진다〓삼성경제연구소는 29일 ‘디지털시대, 새로운 CEO의 조건’이란 보고서를 통해 “CEO의 몸값이 도덕성에 비례하지 않지만 도덕성에 하자가 있을 경우 기업가치도 타격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모 코스닥 등록기업의 CEO가 대규모로 주식을 처분하자 해당 기업 주가는 폭락했다. CEO의 도덕성을 의심한 투자자들이 기업의 미래도 부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인석연구위원은 “CEO가 대주주의 이익만 챙기고 나머지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할 만한 행동을 한다면 해당 기업의 주가는 당연히 떨어질 것”이라며 “CEO는 모든 주주와 투자자들을 위해 일한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CEO의 도덕성을 강조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법을 잘 지키고 환경친화적인 기업들의 주가가 일반적으로 높다”며 “기업지배구조가 투명하다면 CEO의 도덕성도 쉽게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CEO는 창의력, 신속성, 인적 네트워크를 갖춰라〓삼성연구소 보고서는 디지털시대에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젊고 유능한 후계자를 발굴해야 하며 사내에 CEO후보가 없으면 외부에서 데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거액을 주고라도 스카우트해야 할 CEO의 자질로 ‘남보다 앞선 창의력’을 꼽았다.

비트의 조정현사장은 ‘나의 경쟁력은 아이디어와 시간뿐’이라고 말했고 3Com의 에릭 베나우도사장은 개인휴대단말기를 PC영역으로 끌어올렸다. 베나우도는 PC사용자 대부분이 PC기능의 5% 미만을 쓴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빈번하게 사용하는 기능만을 담은 휴대용 PC개발에 착수했다는 것.

또 CEO는 신속하게 판단하고 행동하여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사장은 28세때 전자상거래시장이 1년간 24배 성장했다는 기사를 접하자 연봉 100만달러 짜리의 투자회사 부사장직을 과감히 버리고 그길로 허름한 창고에서 아마존을 설립했다.

‘엘리베이터 룰’과 인적 네트워크도 새로운 CEO의 요건으로 꼽혔다. 엘리베이터룰이란 빌딩의 고층에서 1층까지 내려오는 1분간의 짧은 시간에 고객을 완전히 설득해야 한다는 것. 체임버스 시스코회장은 개인 일정의 절반 이상을 외부 네트워크 구축에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실린콘밸리에서 1만여개, 서울벤처밸리에는 수십개의 네트워크가 활동중이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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