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自-한전-대한항공-포철…아시아저평가 10걸 뽑혀

  • 입력 2000년 3월 15일 19시 21분


‘우리 펀드에서 성장주의 비중이 너무 크다. 좀 줄이려고 한다. 하지만 매도타이밍을 결정하는데 필요한 정보가 별로 없다.’

세계각국의 주요 펀드매니저들은 성장주 주가가 과대평가돼 있다고 보고 향후 1년간 편입비중을 줄일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주요증시에서 성장주 거품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한 미국 증권사가 국내상장기업 5개를 대표적인 아시아 저평가 10개종목에 포함시켜 국내 가치주의 저평가 하락폭이 과도함을 시사했다.

▽‘성장주 편입비율 줄이겠다’〓미국계 증권사인 메를린치가 3월 3∼8일에 전 세계 펀드매니저 251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 성장주의 편입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시아와 유럽시장에서 활동중인 펀드매니저중 70% 이상이 성장주를 지나치게 많이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펀드매니저의 73%가 ‘성장주가 과대평가돼(overvalued) 있다’고 응답해 눈길을 끌었다. 메릴린치는 “걱정스럽게도 대부분 펀드매니저들이 향후 1년간 성장주로부터 탈출할 방법을 찾고 있으나 관련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혀 성장주 편입비중 조절이 예기치 못한 불안정한 양상을 띨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펀드매니저들은 “아시아 및 세계경제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으며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아시아 각국의 구조조정이 아시아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대만 말레이시아 등과 함께 한국 증시의 성장전망이 높게 평가됐다.

▽‘한국 가치주, 이보다 쌀 수는 없다’〓미국계증권사인 골드만삭스는 14일 아시아 증시에서 저평가되고 있는 대표적인 종목 10개를 추천했다. 이중에는 홍콩 싱가포르 기업 5개와 함께 현대차 한국전력 대한항공 포항제철 삼성전자 등 국내증시 상장종목 5개가 포함됐다. 골드만삭스는 “이들 기업은 시장의 패션을 따라가지 못해 주목을 끌지 못했지만 국내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을 갖춘 대표적인 저평가종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아시아 가치주 중 상당수는 또한 성장주이기도 하다”며 외국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단순한 성장주가 아니라 ‘성장성 가치주’에 쏠려 있다는 분석을 뒷받침했다.

골드만삭스는 대한항공에 대해 “투자자들의 판단은 냉담하지만 중단기적으로 석유가격 하락, 원화강세 등이 호재로 작용해 1년후면 주가가 3배 가량 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애널리스트들의 수익률 전망이 크게 호전된 20개종목중에는 코오롱, 삼보컴퓨터, 한화, SK상사 등이 포함됐으며 주당수익성장률을 감안한 주가수익배율(PER)이 낮은 20개 종목중에는 한국합섬, 하나은행, 삼환, 효성 등이 랭크됐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증시에 대한 수익률 전망은 2주전을 고비로 악화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도 “한국은 중국과 함께 아시아에서 가장 저평가돼 있다”며 한국에 대한 편입비중 확대를 권고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싸게 주식을 살 수 있는 시장’이 호재중 하나로 꼽혔으며 ‘일본의 거시경제지표에 따라 덩달아 변동을 겪을 가능성이 크고 총선이 임박해 있다’는 점이 악재로 지목됐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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