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코리아 펀드', 한때 증시활황 큰몫

  • 입력 2000년 3월 15일 19시 21분


‘바이코리아펀드’를 거론할 때는 이익치(李益治)전현대증권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바이코리아펀드가 뮤추얼펀드와 함께 간접투자 붐을 일으키면서 증시활황의 기폭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회장이 증권업계를 떠나면서 홀로 남게 된 ‘바이코리아펀드’의 향후 입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작년 3월2일 첫선을 보인 바이코리아펀드는 설정 보름만인 16일 수탁고 1조원을 돌파한 이후 영업일 기준 10∼15일 단위로 1조원씩 증가, 작년 8월25일엔 11조6800억원까지 불어났다.

업계에선 “이회장의 ‘장밋빛 주가전망’에 전도된 일반투자자들이 대거 자금을 몰아주면서 바이코리아의 쾌속항진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대증권측은 “당시 금리가 급락하기 시작하면서 마땅한 투자수단을 찾지 못하던 일반인들에게 새로운 대체 투자수단을 제공한 것이 바이코리아펀드였고 이 펀드의 자금력으로 주가가 한단계 레벨업된 것도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바이코리아펀드는 12조원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수탁고가 줄어들기 시작, 작년 말엔 8조6152억원, 올 들어 이달 14일엔 8조2434억원으로 급감했다.

출범 당시 바이코리아 운용을 전담하던 10여명의 펀드매니저 중에서 장인환 안영회 황승규 최남철 강신우 장영상 등 6명이 현대를 떠났다.

한 펀드매니저는 “증시하락시의 리스크 관리능력 부재,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 대우채문제, 투신사 구조조정 등 악재가 겹치면서 투자자들의 환매가 빗발쳤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증시상승의 주역이던 바이코리아펀드는 올 들어 환매자금 조달명목으로 주식매도에 앞장서면서 하락장을 부채질해 스스로 발목을 잡힌 꼴이 됐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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