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기업 매출로 말한다"…KAIST 이재규교수팀 보고서

  • 입력 2000년 2월 23일 1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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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를 낸 적이 없는 인터넷 관련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인터넷기업의 시가총액과 주가가 과대평가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국내외에서 일고 있다. 이런 지적에 맞춰 수익을 기준으로 인터넷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이재규 교수(전자상거래연구센터)와 이한수 연구원은 23일 ‘인터넷기업과 전통적기업의 시장가치와 재무적 특성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인터넷기업은 수익구조나 경영기법이 전통적 기업과 다르기 때문에 수익보다는 오히려 매출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교수 등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월마트 등 전통적 방식의 39개 유통업체와 아마존 이베이 등 인터넷유통업체 27개 기업의 지난해 10월 재무지표를 비교, 분석했다. 설문이나 표본조사가 아니라 실제 수치를 바탕으로 온라인 및 오프라인 기업의 가치평가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

보고서에 따르면 전통적기업의 경우 수익이 높을수록 시장가치가 높았지만 인터넷기업은 수익과 시가총액이 오히려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교수는 “인터넷기업의 경우 현재 기업활동이 수익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 단계이기 때문에 기업 가치가 증가해도 수익이 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선 일반적으로 주당수익률(PER)로 기업가치를 평가해왔다. 그러나 흑자를 낸 적이 없는 인터넷기업이 상장되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게 되자 새로 도입된 개념이 매출액대비 주가를 계산하는 주가매출비율(PSR).

보고서는 “인터넷기업의 PSR이 전통적기업의 80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양집단 모두 매출액이 높을수록 시가총액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 것은 매출이 인터넷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쓰일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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