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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2월 17일 1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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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문가들이 내놓은 최근의 환율추세 진단은 외환위기 이후 저평가 환율을 즐겨온 대부분의 수출기업들에겐 충격적인 메시지다.
LG경제연구원이 17일 내놓은 ‘적정환율’ 보고서에 따르면 원화의 적정환율은 달러당 1091∼1137원. 보고서가 제시한 ‘적정치’란 의미는 대외경제 부문이 균형을 이루거나 60억달러 정도의 경상수지 흑자를 올리는 것을 전제로 한다. 여기에 우리 수출품의 최대 경쟁국인 일 엔화가 달러당 109엔대를 유지한다는 가정도 덧붙였다.
연구소는 연초 엔화가 105엔대를 유지할 경우 ‘원화 환율이 여전히 적정수준을 넘어선 상태’라고 진단했으나 최근 엔화 하락세에 따라 적정치를 크게 높였다. 엔화가 더욱 하락하거나 유가인상 등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된다면 원화의 적정환율은 더욱 높아져야 한다.
연구소는 이같은 분석 아래 “97년 이후 무역수지 흑자의 한 축이 됐던 원화 저평가 효과가 드디어 소멸될 처지에 놓였다”고 밝혔다.
무역업계에서는 정부가 이같은 환율 하락세를 적극 차단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반론도 강하다. IMF 이후 외환관리를 사실상 포기한 만큼 정책당국이 현실적으로 ‘목표환율’을 고수할 수는 없다는 것. 예를 들어 정책당국이 ‘더 이상 환율하락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지면 외국인 주식투자자들이 원화가치 상승을 예상, 국내 주식을 서둘러 매입하면서 외화가 밀려와 환율은 더욱 하락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IMF 이후 외국인들의 주식매입 제한이 대부분 철폐되었기 때문.
극단적으로 원화의 명목환율을 특정 수준에 고정시킬 경우 국내 자금시장은 국제수지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돼 한국은행이 금리정책을 펼 ‘통화주권’을 잃게 된다.
정부는 연초 경제운용 원칙을 밝히면서 이같은 어려움을 감안, 환율에 관한 한 직접 개입보다는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최근 환율을 둘러싼 업계의 불만이 팽배하면서 외채 조기상환, 금융기관 외화차입 규제 등 직접적인 개입방안을 신중히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