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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2월 16일 19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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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대이동’으로 거래소 수급 깨져〓코스닥으로 자금이 대거 몰리면서 거래소시장은 ‘찬밥신세’가 됐다. ‘벤처대통령-코스닥부총리’라는 이야기가 증시에 나돌 정도로 거래소시장은 취약한 상태.
거래소 주가폭락을 한마디로 코스닥 때문이라는게 증시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단기간에 급등하는 코스닥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너도 나도 코스닥으로 뛰어든 것이 거래소 주가침체를 불러오고 심지어 투매사태까지 연출했다는 것. 코스닥시장이야 급등에 이어지는 조정국면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거래소시장은 오르지도 못하고 내리막길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16일 주식시장에서는 그동안 주가하락과정에서도 차별화주가를 유지했던 초우량주인 삼성전자 한국통신 SK텔레콤까지 폭락해 한때 거래소 ‘붕괴’우려라는 극한상황을 연출했다.
▽코스닥 활황이 외국인 내쫓는 꼴〓최근 수급구조가 크게 악화된 것은 그동안 주가하락기에도 꾸준히 우량주를 받쳐주던 외국인들이 투매에 동참했기 때문. 외국인들은 이번주 들어 매도강도를 높이면서 거래소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
거래소시장에서 워낙 수익률이 안난 탓에다 코스닥쪽으로 이동하기 위해 거래소 주식을 처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거래소 주식을 판 외국인들은 코스닥쪽으로 일부 자리를 옮기기도 하지만 투자패턴상 ‘모르는 종목에는 투자않는다’는 외국인 투자원칙을 감안하면 10개 안팎의 코스닥 종목 외에는 투자폭을 넓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증시회복은 쉽지 않다〓경기측면에서 펀드멘탈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거래소시장이 다시 회복세를 타기는 어려울 전망. 수급구조상 매수기반이 워낙 취약한데다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매물이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6일 장마감무렵에는 외국인투자가들의 선물환매수와 개미군단들의 매수가담으로 주가가 급반등하기도 했지만 시장기조는 여전히 취약한 실정.
SK증권 박용선 투자분석실장은 “연3일동안 투매사태가 이어졌기 때문에 급한 매물은 일단 소화됐다고 봐야 한다”며 “그렇다 해도 당장 회복세를 타기는 어려운만큼 바닥을 다지면서 오르락내리락하는 조정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투신운용 강신우부장은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는 것외에는 호재를 찾기 어렵다”며 “초우량주인 삼성전자와 한국통신 주가가 크게 흔들렸다는 사실이 투자분위기를 어둡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신탁회사의 환매물량도 큰 부담.지난해 6월이후 설정된 주식형펀드에서 투자자들의 환매사태가 잇따르고 있어 주가하락이 오히려 매물을 부르는 모습이다.
시장전문가들은 일단 거래량이 2억주 내외까지 줄어들어야 주가가 바닥권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가차별화 대응기회로 삼아야〓시장축이 통신주 위주로 재편되면서 조정장에서도 통신주 차별화장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구재상 미래에셋 상무는 “일반투자자들이 투매에 따라 동참할 필요는 없어보인다”며 “지수 850선이라면 싸게 살 수 있는 주식을 찾을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기환 마이다스에셋 상무도 “당장 주가가 오르지는 않더라도 850선 아래서는 주식을 매수할 타이밍”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이 지금 주가수준에서 거래소주식을 헐값에 팔고 코스닥 주식을 좇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영해기자> money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