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개각/이헌재경제팀 과제-전망]구조조정 마무리 기대

  • 입력 2000년 1월 13일 23시 13분


이헌재(李憲宰)신임 재정경제부장관이 이끌 김대중(金大中)정부 3기 경제팀은 과열이 우려되는 경제를 안정성장으로 연착륙시키고 구조개혁을 완결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1기 경제팀은 외자유치와 부실금융기관정리로 외환위기극복에 주력했고 2기 경제팀은 경제활성화에 총력을 쏟아 지난해 유례없는 저물가-고성장을 달성했다. 3기 경제팀은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경제의 연착륙 △구조개혁완수 △물가안정 △노사관계안정 △분배구조개선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것.

팀장인 이장관은 금융감독위원장으로서 금융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무난하게 이끌어온 구조조정전문가여서 남아있는 구조조정과제를 완결하는데 적임이라는 평을 듣는다. 외국에서 ‘금융황제’로 통하는 이장관을 김대통령이 발탁한 것도 경제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헌재 경제팀의 멤버가 전임 강봉균(康奉均)팀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정책의 변화는 적을 것이란 전망. 이번 개각에서 이기호(李起浩)경제수석 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장 진념(陳稔)기획예산처장관 등은 유임됐고 이용근(李容根)금감위 부위원장이 금감위원장에 승진 기용됐다.

이들은 경제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올해 주요 정책과제를 논의해온 만큼 현재 설정되어 있는 경제운용방향을 대부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장관은 최근 “저금리체제를 당분간 유지해야 하며 벤처기업 육성을 통해 실업자를 흡수해야 한다”고 밝혀 강전장관과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재경부는 다음 주초 이장관의 의지를 담은 올해 경제운용계획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이헌재경제팀은 재벌개혁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벌의 은행소유 문제에서 이장관은 ‘불허’를 고집해왔고 강전장관은 ‘단계적 허용’을 주장해왔었다.

금융분야를 주로 맡아온데다 공직을 오랫동안 떠나있었던 이장관에겐 경제부처간 현안을 조정하고 경제정책 전반을 관장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팀워크 면에서 이장관과 이수석은 그동안 호흡을 맞춰온 만큼 불협화음이 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거시경제정책에 익숙하지 않은 이장관이 본격적으로 주도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정통 경제기획통인 이수석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예산권을 쥐고 있는 기획예산처, 공룡부처로 성장한 금융감독위가 재경부의 주도권 행사에 호락호락 따라줄지도 미지수다. 특히 진념장관과 전윤철위원장이 고시 선배라서 정책조율이 잘될지도 의문. 또 조직을 활용하기보다는 ‘자기사람’중심으로 일을 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이장관의 일처리 방식이 어떻게 달라질지도 관심거리다.

새 경제팀의 가장 큰 과제는 재정긴축 등 경기안정대책을 통해 경기과열을 막는 것. 현재의 급속한 경기회복세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하반기중 경기과열과 인플레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투신사 부실 등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을 조속히 제거하여 금리의 시장기능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주문도 따른다. 분배구조악화로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시점에서 두자릿수 임금인상률을 내세운 노조를 설득하는 과제도 새 경제팀의 몫이다. 대외분야에서 새 경제팀은 외환시장 하부구조를 정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있다. 시장이 대폭 개방된 가운데 외환시장이 환위험을 흡수하지 못할 경우 제 2의 외환위기는 언제든지 올 수 있다는 경고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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