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사상최대 하락…美나스닥 추락에 '휘청'

  • 입력 2000년 1월 7일 19시 53분


미국 나스닥지수가 이틀 연속 큰폭 하락하면서 이에 영향을 받은 코스닥지수가 사상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특히 종목간 주가차별화가 이뤄지지 못한 상태에서 7일 시장에서는 기업내용에 관계없이 ‘무조건 팔고 보자’는 식의 투매현상마저 빚어졌다. 게다가 전산시스템 미비로 매매체결지연 사태가 속출, 지수하락을 부추겼다. 사자주문이 자취를 감추며 거래대금도 지난해 12월(하루 평균 2조100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코스닥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 것.

▽나스닥 하락과 성장주에 대한 의문이 가장 큰 악재〓6일(미국 현지시간) 나스닥지수가 150포인트(3.88%) 하락하는 등 나스닥의 추락이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 특히 증권전문가들은 1월중 정보통신 및 인터넷종목 주가가 미국 금리인상설등으로 어느 정도 조정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그 시기가 예상보다 빠르고 조정폭이 큰 것에 당혹해하고 있다. 또 기업의 본질가치와 관계없이 단순히 미래성장 잠재력이라는 이유만으로 상승세를 보였던 코스닥종목에 대한 거품제거가 시작된 점도 지수하락을 부채질했다.

신영증권 노근창 연구원은 “주가 추세선이 모두 붕괴될 정도로 코스닥지수가 하락하고 있어 다음주초에 반등세를 보이더라도 강도가 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 및 외국인의 이익 실현〓기관투자가들은 4일 개장 이후 사흘동안 2989억원어치를 순매도했으며 특히 6일에는 한솔엠닷컴(구 한솔PCS)을 1800억원어치나 팔았다. 외국인도 3일 연속 308억원을 순매도했다. 대한투신 김종민 펀드매니저는 “기관투자가들이 공모주청약때 배정받은 종목의 주가가 크게 올라 이익실현차원에서 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말 신규등록 이후 주가가 크게 오른 한솔엠닷컴 새롬기술 등과 한글과컴퓨터 터보테크 하나로통신 등 단기급등 종목들이 주요 대상.

문제는 작년말 기관들이 이들 종목을 투자유망종목으로 대거 추천, 개인들이 이를 믿고 뒤늦게 추격매수에 나섰다는 점이다. 기관들이 매도에 들어가기 시작한 4일 이후 개인들은 순매수에 나섰다. 코스닥지수가 빠지자 결국 개인들은 커다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게 된 것.

▽매매체결 지연도 한몫〓지난해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매매체결지연 사태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은 하락장세에서 매수매도 단가를 볼 수 없게 되면 불안감에 무조건 하한가 매도주문을 내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지수급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노연구원은 “주가가 하락할 때의 매매체결지연은 시장에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한다”며 “코스닥지수 폭락에도 커다란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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