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권 넉달간 30조 이탈…대우사태-금리상승 여파

  • 입력 1999년 8월 30일 19시 16분


대우사태와 시중 금리상승 여파로 5월 이후 4개월동안 무려 30조원이 투신 공사채형 수익증권에서 빠져나오는 등 투신권 자금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투신권 자금중 상당부분은 은행 단기상품에 대거 예치돼 은행들이 남아도는 돈을 굴리느라 비상이 걸렸다.

▽투신권 자금유출〓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들어 25일까지 투신 공사채형 수익증권에서는 단기물 15조3805억원, 장기물 3조9억원 등 18조3814억원이 인출됐다.

4월까지 저금리 추세에 힘입어 시중자금을 끌어들였던 공사채형 수익증권은 5월에 4925억원이 빠져나간 것을 시작으로 6월 9조9911억원, 7월 1조8084억원이 유출됐고 시간이 갈수록 이탈규모가 커지는 양상. 이달들어 머니마켓펀드(MMF)에서만 6조2790억원이 이탈하는 등 특히 단기형 상품의 이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25일 현재 공사채형 투신증권 잔액은 191조4020억원으로 올해 1월초 이후 7개월여만에 200조원대가 무너졌다.

채권딜러들은 “대우 워크아웃으로 인해 보유중인 대우채권의 만기가 돼도 원금을 찾지 못하게 된 투신사들이 고객들의 자금인출 요구에 응하려면 다른 채권을 내다팔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채권시장의 기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은행 자금운용 고심〓6월 이후 회복기미를 보여온 은행 예금은 최근 투신권을 이탈한 자금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수신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달들어 25일까지 은행 예금은 저축성 11조9625억원, 요구불 1조8656억원 등 13조8281억원 늘었다. 6월 이후 3개월간 은행 예금 증가액은 19조원을 넘어 2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은행권 신규예금은 만기 6개월미만의 정기예금이나 입출금이 자유로운 수시입출식 예금(MMDA) 등 단기상품에 집중적으로 몰리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은행을 찾고 있지만 금리가 워낙 낮은 탓에 단기상품만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재·신치영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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