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예상외로 평온…수익증권 환매사태 없어

  • 입력 1999년 8월 16일 23시 01분


투신 수익증권 환매가 16일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우려했던 대규모 환매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환매사태에 대한 우려감 때문에 오전 한때 900선 밑으로 떨어졌던 종합주가지수는 곧 반등, 13일보다 10.19포인트 하락한 907.28로 마감됐으며 금리도 소폭 오르는데 그쳤다.

▽환매규모〓전체 수익증권 수탁고의 80%를 점유하는 대형 3개 투신사(한국 대한 현대투신)와 4개 증권사(대우 삼성 현대 LG)가 이날 환매요청에 따라 지급한 돈은 2조5900억원. 투신권 전체로도 3조원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평소 수준으로 당초 예상한 10조7000억원보다 크게 줄어든 액수다. 증권사와 투신사는 은행의 지원을 받지않고 자체자금으로 고객들의 돈을 내줬다.

환매요청액은 한때 5조3400억원(금융기관 4조2800억원, 개인 및 일반법인 1조600억원)까지 됐으나 금융기관들이 환매자제 결의후 상당부분을 거둬들였다.

▽금융기관 환매자제 결의〓금융권 대표들은 긴급모임을 갖고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수익증권의 환매를 자제하기로 결의했다.

한빛 조흥 외환 등 17개 은행장들은 오전8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조찬간담회를 갖고 환매자제 및 증권 투신사에 대한 자금지원에 적극 협력키로 뜻을 모았다. 생명보험사 사장단과 종금사들도 수익증권 환매를 자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금융기관들은 “정부가 13일부터 수익증권 환매금지를 풀겠다고 해놓고 업계의 자율결의 형식을 빌려 창구지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투신사와 증권사 사장들도 합동 조찬모임을 갖고 환매가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금리상승을 초래할 채권매도를 자제하기로 했다. 이들은 또 환매자금이 부족할 경우에 대비해 증권금융에 예치된 고객예탁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건의하기로 했다.

▽투신권 유동성지원〓한국은행은 이날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은행권에 1조8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이 돈은 증권 및 투신사에 환매자금으로 공급된다.

한은은 승수(乘數)효과를 감안할 때 이날 자금지원으로 23조여원이 시장에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들이 투신권에 자금을 지원하면 투신 및 증권사는 이 돈으로 수익증권 가입고객들의 환매에 응하고 환매금액은 다시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등 은행권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이번 투신권 지원으로 은행자금의 만기불일치(미스매치)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은 공급자금의 만기는 길어야 1개월인 반면, RP매입을 통해 투신권에 지원되는 은행자금은 보통 91일물이기 때문.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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