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北 민영미씨 미석방땐 현대 對北사업 전면중단』

  • 입력 1999년 6월 22일 22시 50분


정부는 북한 당국의 금강산 관광객 민영미(閔泳美)씨 억류가 사흘째로 접어들자 현대측을 통해 민씨 석방 협상을 벌이는 한편 관광객 신변안전 문제 등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정부는 특히 북한측이 민씨를 송환하지 않을 경우 금강산 관광뿐만 아니라 서해안 남북합작사업 및 농구단 방북 등 현대그룹의 다른 대북사업도 모두 중단시키기로 했다.

한편 현대는 민씨 석방을 위해 장전항에 나가 있는 현대아산 직원을 통해 북한 아태위원회측과 접촉, 북한측을 설득하고 있다.

현대도 민씨의 석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금강산 관광사업을 비롯한 대북경협의 잠정중단 조치를 취하겠다는 강경입장을 북한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대응〓통일부는 22일 오후 김윤규(金潤圭)㈜현대아산사장을 서울 정부세종로청사로 불러 “이같은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북한측과 협상에 임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각종 채널을 통해 북한측에 대해 민씨 억류조치는 신변안전보장 각서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사실을 주지시킨 뒤 강력한 항의와 함께 민씨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으나 북측은 “민씨에 대한 조사가 더 필요하다”며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측의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현대와 북한간에 ‘관광세칙’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등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에 중대한 허점이 있어 유사사건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현대 대응〓현대는 이날 오전 김충식(金忠植)현대상선사장을 중국 베이징(北京)에 급파, 김고중(金高中)현대아산부사장과 함께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측과의 협상에 나서도록 했다.

현대는 북측이 민씨 석방을 계속 거부할 땐 북한에 체류중인 현지요원을 귀국시키고 대북송금도 잠정 중단할 것을 검토중이다.

현대는 또 이날 오후 금강산으로 떠날 예정이었던 현대풍악호와 23일 출발 예정인 현대 금강호의 출항을 취소했다. 24일 이후 금강산 관광선 운항 여부는 사태추이를 지켜보며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장전항에 머물고 있던 현대 금강호는 민씨를 남겨두고 이날 오후 7시 장전항을 출항했다. 현대는 민씨가 석방되면 장전항에 대기중인 쾌속선을 이용해 귀환토록 할 계획이다.

금강호가 출항함에 따라 금강산 현지에는 민씨와 현대의 현지 주재원 427명만이 남게 됐다.

〈윤영찬·이명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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