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韓銀, 금리정책 주도권다툼 『경제 멍들라』

  • 입력 1999년 6월 14일 19시 20분


금리정책에 대한 주도권을 놓고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간에 신경전이 첨예하다.

금융통화운영위원회와 한국은행은 금리결정 등 통화신용정책이 고유권한임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재정경제부는 통화신용정책도 경제정책의 일부임을 내세우고 있다.

이처럼 금리정책을 놓고 양 기관의 입장이 다르고 이에 따라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정책혼선을 빚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14일 “경제정책수장인 재경부장관이 금리기조를 어떻게 끌고 갈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금리정책의 주도권이 재경부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재경부는 앞으로 전체 경제정책의 운용차원에서 금리기조에 관해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며 “다만 시장에 단기적 영향을 주는 언급은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재경부의 이같은 태도는 강봉균(康奉均)재경부장관이 ‘한자릿수 금리유지’를 언급한 뒤 금통위와 한은이 강력한 이의를 제기한 것과 관련해 분명한 선을 그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은은 금리결정 등 통화신용정책과 관련한 권한은 법적으로 금융통화위원회와 한은에 있는 만큼 재경부는 발언을 자제할 것으로 단호하게 요구하고 있다.

장관이나 실무자의 금리에 대한 발언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책신호가 잘못 전달돼 경제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충격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

금통위와 한은의 이같은 입장엔 ‘중앙은행의 독립성 유지’라는 대의명분도 깔려 있다. 하지만 강장관은 취임이후 여러차레 공식적인 자리에서 저금리―저물가 기조를 하반기까지 계속 유지해나갈 방침임을 밝혀 왔다.

재경부와 한은의 이같은 입장차는 근본적으로 재경부가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경제성장에 두는 반면 금통위와 한은은 물가안정에 두고 있는 데서 비롯한다.

특히 하반기중 인플레 압력이 가시화할 경우 두기관은 금리 정책방향을 놓고 첨예하게 맞설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재경부는 연말까지 저금리기조를 유지하면서 경기활성화를 도모해나갈 방침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 비해 한은은 여차하면 금리를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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