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일銀에 3조원 추가지원

  • 입력 1999년 5월 13일 19시 56분


정부는 제일은행의 해외매각에 앞서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증자대금으로 3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13일 제일은행이 전액 자기자본 잠식상태에 빠져 2만여개에 이르는 거래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공적자금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정부가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책정한 64조원 규모의 재원은 조만간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보여 공적 자금 추가확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영 정상화조치〓각종 대출한도가 자기자본의 일정비율로 돼 있는 은행법상 제일은행은 신규대출은 한푼도 할 수 없는 상황. 이에 따라 제일은행 거래기업들은 대출을 전혀 받지 못해 자칫하면 연쇄부도를 낼 수도 있는 위기에 몰려 있다.

금감위 남상덕(南相德)심의관은 “공적자금 투입시기는 빠르면 6월초가 될 것이며 이로써 제일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0%선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말 현재 제일은행 BIS비율은 -1.47%였다.제일은행은 공적 자금을 받기 위해 먼저 감자(減資)절차를 밟게 되며 감자방식은 소액주주 주식은 100% 유상소각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지분 감자여부와 감자비율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공적 자금 바닥난다〓당초 정부가 금융구조조정 지원자금으로 책정한 공적 자금 규모는 64조원. 금융기관 부실채권매입을 위한 32조5천억원, 부실금융기관 증자지원과 예금대지급용으로 마련된 31조5천억원이다. 이 가운데 이미 43조5천억원을 쓰고 20조5천억원이 남아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으로 인한 은행 부실채권 증가, 대한생명 추가부실 발생, 제일 서울은행 매각 및 제2금융권 대지급용으로 30조원 가까운 공적 자금이 필요해 당장 10조원이 부족하다.

제일은행의 경우 작년 1월 1조5천억원의 공적 자금이 지원됐으나 해외매각이 늦어지면서 자기자본이 -2조원에 이를 정도로 추가부실이 생겨 막대한 재정자금을 계속 투입해야 할 상황.

이에 대해 정부가 미국 뉴브리지캐피털측 조건에 대한 정밀한 검토 없이 양해각서(MOU)를 교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매각을 지연시켰다는 비판과 함께 관계자에 대해 책임추궁을 해야 한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매각은 어떻게 되나〓금감위는 뉴브리지가 11일 제시한 새로운 협상안을 정밀 검토중이다. 그러나 뉴브리지의 수정안 역시 기존 조건에 비해 정부부담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협상이 결렬됐다고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남심의관은 “뉴브리지와의 협상은 계속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뉴브리지에 대한 배타적 협상시한이 이미 만료돼 다른 어느 해외 금융기관과도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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