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반도체사업 포기후 데이콤인수 본격화

  • 입력 1999년 4월 28일 19시 36분


LG그룹이 반도체 빅딜 후 사업추진에 날개를 달았다.

본의 아니게 반도체 사업을 포기하긴 했지만 데이콤 인수에 대한 정부의 묵인을 받아내는가 하면 거액의 매각자금을 챙기면서 그룹의 숙원사업 추진에 성큼 다가서는 등 만만치 않은 반대급부를 챙기고 있다.

▽데이콤 인수 초읽기〓구본무(具本茂)LG그룹회장은 27일 정재계간담회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데이콤을 인수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혀 데이콤 인수계획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김대통령은 구회장의 발언에 대해 별다른 이견을 내놓지 않아 사실상 LG의 데이콤 인수를 추인한 것으로 재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정보통신부와 협의를 거쳐 데이콤지분 5% 제한의 철폐를 요구하는 허가조건변경요청서를 다음달초 제출할 계획이다.

정보통신부측은 LG가 허가조건변경요청서를 제출하면 다른 대주주의 반응 등을 고려해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LG의 데이콤 인수 자체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

▽데이콤 대주주와 노조 설득이 숙제〓정부로부터는 데이콤 인수를 사실상 추인받았지만 데이콤의 나머지 대주주와 노조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느냐가 LG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정부는 데이콤 지분제한철폐 과정에서 특혜시비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LG측에 나머지 대주주와 협의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한 상태. LG도 삼성 동양 등 나머지 데이콤 대주주와 긴밀히 협의한다는 계획이어서 데이콤 경영권을 둘러싸고 LG―삼성간에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편 데이콤 노조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LG가 지분제한 해제를 요청할 경우 전면파업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LG는 “노조와도 접촉해 설득하겠다”며 적극적인 의지를 내보였다.

▽대한생명 등 타기업 인수도 순항〓LG가 데이콤을 인수하면 공기업인 한국통신을 제외하고는 민간기업 최초의 유무선 종합통신업체로 통신시장 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게 된다.

LG는 국내 3위 생보사인 대한생명 인수를 추진, 금융업계 패권에도 도전할 계획. 다음달 8일로 예정된 대한생명 입찰에서는 당초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던 미국의 메트로폴리탄이 소극적인 입장으로 돌아서 프랑스의 AXA와 LG의 2파전이 될 전망.

반도체 매각으로 막대한 여유자금을 챙기게 된 LG는 대한생명뿐만 아니라 가스공사 등 민영화 대상 공기업의 인수도 적극 검토중이다.

재계에서는 “LG가 반도체 빅딜에서 다소 손해보는 듯 했지만 정부와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각종 사업추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