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빅딜]현대-LG, 서로 이긴「윈-윈 게임」

  • 입력 1999년 4월 22일 20시 05분


“혹시 밑지는 장사를 한건 아닐까.”

22일 LG반도체의 양수도 가격이 2조5천6백억원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대와 LG, 양 그룹 직원들은 이해 득실을 따지기에 한창인 모습이다. 과연 누가 이득일까.

언뜻 보기에 2조5천6백억원이라는 금액은 양 그룹이 제시했던 가격의 평균선에 가깝다. 현대는 이달초까지 1조2천억원선을, LG는 3조8천억원을 주장해왔다. 양 그룹 모두 공평하게 1조3천억원 가량을 양보한 셈.

그러나 LG 관계자는 “일찌감치 피인수 업체로 찍히는 바람에 주가가 떨어져 손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인 인수합병(M&A)처럼 현대와 LG간에 비밀 협상이 벌어졌다면 LG반도체 주식이 지금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유지했을 거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한편 현대는 당초 입장보다 1조원 이상의 금액을 더 부담하게 됐다. 통합사의 유동성확보와 부채비율 200% 달성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

LG 역시 핵심 계열사의 매각치고는 별로 실속을 못차린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재계에선 이번 ‘딜’이 양 그룹 모두에게 ‘윈―윈’ 게임이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현대전자는 LG반도체 인수로 삼성전자와 어깨를 겨루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업체로 거듭날 전망이다. 최근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면서 올해 엄청난 규모의 흑자도 예고되고 있다.

LG도 현대가 보유한 데이콤 지분을 인수할 경우 유무선통신에서 가전, 시스템통합(SI)까지 정보통신 수직 계열화에 성공해 국내 최대의 정보통신 그룹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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