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新株 주가급등후「보물」로…평가익 8조 넘어서

  • 입력 1999년 4월 21일 19시 24분


작년과 올해에 걸쳐 제삼자 배정방식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거나 사모전환사채(CB)를 인수한 정부 기업과 금융기관의 평가익이 주가급등으로 8조원을 넘어섰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떠안았던 주식들이 이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것.

증권거래소가 21일 작년부터 20일까지 제삼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 43개사(총 55건)의 신주 발행가격과 20일 현재 주가를 비교한 결과 총7조4천1백86억원의 평가익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기간 52개사(총 82건)의 사모CB를 인수한 곳은 9천5백65억원의 평가익을 기록했다.

▽정부의 평가익이 가장 컸다〓한빛은행과 조흥은행의 유상신주를 인수한 예금보험공사는 20일 현재 각각 5조6백85억원, 1조4천4백68억원의 평가익을 냈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주당 5천원에 유상신주를 인수했지만 최근 주가가 급등하면서(20일 현재 한빛 1만2천7백50원, 조흥 8천2백70원) 이같은 엄청난 규모의 평가익이 난 것.

그러나 서울은행과 제일은행의 경우 최근 주가가 3천원대로 떨어지면서 정부의 평가손 규모는 각각 3천3백억원, 4천2백억원에 이르고 있다.

▽외국계 출자기관도 짭짤한 이익〓작년 7월 외환은행에 3천5백억원을 출자한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20일 현재 주가 상승으로 1천8백90억원의 평가익을 기록중. 쌍용투자증권의 유상신주를 인수한 미국의 투자전문회사 H&Q는 2천9백52억원, 하나은행과 신무림제지에 출자한 국제금융공사(IFC)는 1천46억원, 팬택에 출자한 모토로라는 1백28억원의 평가익을 각각 냈다.

▽금융기관은 희비교차〓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대상으로 선정된 기업의 부채를 출자전환하면서 주주로 변신한 금융기관들은 주가등락으로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동아건설 제철화학 기아특수강 지분을 보유한 금융기관은 최대 1천억원대의 평가익을 본 반면 기아자동차 아시아자동차에 출자한 금융기관은 각각 5천4백억원, 4천4백억원의 평가손을 기록중.

거래소측은 “기아차와 아시아차의 경우 채권 금융기관들도 부실의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며 유상신주 인수가격을 주당 1만5천원으로 높게 책정해 대규모 평가손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계열사 출자도 희비교차〓93년 SK그룹에서 계열분리한 SKM(구 선경마그네틱)은 작년 8월 이후 6차례에 걸쳐 자회사인 동산씨앤지의 유상신주 5백억원어치를 인수, 85억원의 평가익을 냈다. 동산씨앤지는 모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자본전액잠식 상태에서 벗어났으며 이달초 관리종목에서 2부종목으로 승격됐다.

반면 성원건설은 자회사인 대한종금의 유상증자에 참여했으나 대한종금이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주가가 폭락, 20일 현재 무려 9백억원의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 성원건설은 13일 최종 부도처리됐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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