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 채권銀 이권다툼에 『속 탄다』

  • 입력 1999년 3월 15일 18시 55분


요즘 해태그룹 임직원들은 바싹바싹 애가 탄다. 해태음료 매각과 해태제과의 출자전환 등 새 출발을 위한 틀이 마련된지 40여일이 지났지만 한푼이라도 더 받아내려는 은행권의 불협화음으로 회생작업이 지지부진한 탓이다.

주거래은행 등은 채권자 전원합의 대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방식으로 신속한 합의를 시도하고 있으나 다른 채권은행과 이해관계가 엇갈려 부실기업 회생작업은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

해태그룹은 1월말 해태음료를 2천6백6억원에 제일제당으로 넘겨주고 해태제과는 채권자들이 5천2백50억원을 출자전환해 되살리기로 했다. 해태의 회생작업은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 주도로 진행돼 상거래채권자들과 제2금융권의 동의를 얻어내는 수순을 밟았다.

이후 일부 은행의 반발때문에 채권단 전원이 합의해야 하는 사적화의 방식으로 해결이 어려워지자 조흥은행은 총 채권액의 75% 이상을 가진 채권자들이 동의하면 합의된 것으로 간주하는 워크아웃 방식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 방식이라면 쉽게 결론이 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지난달 5일 열린 채권단회의는 국민은행의 반대로 타결에 실패했다.

국민은행은 담보를 충분히 갖고 있어 서두를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고 간신히 국민은행의 합의를 이끌어내자 이번에는 서울은행이 반대하고 나섰다.

서울은행은 해태제과가 지급보증을 선 4백70억원의 해외법인 부채가 해결되지 않으면 출자전환에 동의할 수 없다고 버티는 중.

이에 대해 조흥은행은 타 금융기관과의 형평성을 내세워 거부하고 있으며 양 은행은 감정싸움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하루 급히 해태유통과 해태전자의 매각 등 추가 구조조정작업을 서둘러야하는 해태그룹으로서는 답답하기 짝이 없는 노릇.

해태제과주식은 90% 감자를 실시하면서 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됐으나 은행권이 합의에 실패하자 감자 직후부터 주당 가격이 1만6천원대에서 1만원선까지 추락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은행권의 이해관계 때문에 기업회생작업이 이렇게 지지부진해서야 다른 기업들의 워크아웃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 업계의 여론이다.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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