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 「속도」늦춘다…거시경제운용방향 수정

  • 입력 1999년 1월 10일 19시 33분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정부는 무리한 경기부양책보다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성장잠재력 회복에 정책 비중을 두는 방향으로 거시경제 운용방향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또 경기부양에 정책수단을 집중시키지않더라도올해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고 국제통화기금(IMF)과 협의해 거시 목표치를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재정경제부는 10일 정덕구(鄭德龜)차관 주재로 회의를 갖고 경기회복이 가시화하기 전인 1·4분기(1∼3월) 중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을 보다 확실하게 진척시키기로 하고 관련부처와 함께 부문별 점검반을 가동해 지속적인 감독에 나서기로 했다.

▽구조조정 우선으로 전환〓재경부 관계자는 “최근의 증시과열 및 환율하락이 반드시 경제회복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할 수만은 없다”며 “재정적자폭의 추가 확대를 자제하는 등 경기부양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입장 변화는 △그동안 구조조정보다 경기부양을 강조, 구조조정이 자칫 소홀해질 우려가 있는데다 △실물경기 회복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고 오히려 거품경기를 부추길 소지도 있는 만큼 정부가 무리하게 경기부양에 앞장설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우경제연구소 한상춘(韓相春)국제경제팀장은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증시가 호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마무리하지 않고 무모하게 경기부양책을 실시할 경우 금융거품(버블)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경부는 인위적인 경기활성화를 유도하지 않기로 하고 IMF와 합의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5%의 재정적자폭 추가 확대를 최대한 억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올해 예산 중 70% 이상을 상반기 중 집중 투입키로 했던 계획도 일부 수정, 시급한 사업이 아닌 경우 당초 일정에 맞춰 예산을 집행하기로 했다.

▽거시지표 수정〓한국은행은 최근 내부적으로 1·4분기 경제성장률을 2%, 올해 연간성장률을 3.2%로 수정전망한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올해 경제성장률을 상반기 -1∼0%, 연간 2%로 예상했던 재경부도 상반기 0∼1%, 하반기 4∼5%, 연간 2∼3%로 상향조정할 것을 검토중이다.

재경부 일각에서는 경기가 작년 3·4분기(7∼9월) 또는 4·4분기(10∼12월)에 이미 저점을 통과, 올 2·4분기(4∼6월)부터 본격적인 경기회복에 들어갈 것으로 수정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경부는 이달 하순에 열리는 IMF와의 정책협의 때 올해 성장률을 작년에 합의한 -1∼0%에서 2∼3% 안팎으로 수정할 것을 논의키로 했다.

또 △연말 가용 외환보유고는 5백50억달러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2백억∼3백억달러로 잡기로 했다.

〈반병희기자〉bbhe4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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