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재벌 계열사 절반 축소…정재계간담회서 합의

  • 입력 1998년 12월 7일 19시 22분


정부와 5대그룹회장 및 채권금융단은 7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주재한 정재계 청와대간담회에서 계열사 절반축소 등 5대그룹 구조조정에 관한 20개 실천사항에 합의했다.

이 합의는 금융감독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강도높은 정책수단과 주채권은행들의 여신조정 등을 통해 추진되고 김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분기별 정재계간담회를 통해 이행여부가 점검된다.

이에 따라 국내 재벌구조는 주력업종 중심의 소그룹체제로 바뀌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고용조정과 5대그룹 협력업체 등의 광범위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이날 합의에 따라 5대그룹은 2000년까지 3∼5개 주력업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현재 총2백64개인 계열사 수를 1백30개 안팎으로 줄인다.

또 비주력 계열사와 사업부문 매각으로 23조원, 유상증자로 20여조원, 외자도입으로 30조원(2백60억달러) 등 모두 73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성해 부채비율을 99년말까지 200% 이하로 낮추는 등 재무구조를 개선한다.

이와 함께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를 관련사업 부문을 포함해 패키지로 맞교환(빅딜)한다.

반도체분야의 국내업체간 지분비율은 7대3으로 하되 25일까지 LG반도체나 현대전자 중에서 핵심경영주체를 선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신중단 및 회수조치를 당한다.

이와 관련,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5대 그룹의 추가 빅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5대 그룹이 과거처럼 시간을 끌다 재벌체제를 부활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를 포함한 7개 사업구조조정 업종의 이행계획을 연내에 모두 확정, 과잉중복투자 해소에 나선다.

5대그룹과 이들의 주채권은행은 15일까지 이같은 계획을 담은 수정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한다.

채권은행은 구조조정계획 이행실태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이행 내용의 적정성을 점검, 이행을 지연하거나 약정을 위반한 회사에 대해서는 경영권 이양, 채권보전 등의 조치를 취한다.

그룹별 주력업종은 △현대가 자동차 건설 전자 중화학 금융―서비스 △삼성이 전자 금융 무역―서비스 △대우가 자동차 중공업(조선) 무역―건설 금융―서비스 △LG가 화학―에너지 전자―통신 서비스 금융 △SK가 에너지화학 정보통신 건설―물류 금융업종으로 합의됐다.

계열사 수는 △현대가 63개에서 30개 안팎 △삼성이 65개에서 40개 안팎 △대우가 41개에서 10개 안팎 △LG가 53개에서 30개 안팎 △SK가 42개에서 20개 안팎 등으로 축소된다.

5대 그룹은 사업구조를 △비핵심부문 계열사나 사업부문 매각 △종업원 또는 전문경영인을 통한 분사(分社) △합병 또는 계열분리 등의 방식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계열사 중 거액의 자본 잠식기업이나 이자를 갚을 만큼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 등은 과감히 정리되며 채권기관은 이들에 대한 신규여신을 중단한다.

5대그룹은 우선 이종(異種)업종간 채무보증액 15조원중 내년 3월말 이전에 만기가 돌아오는 4조원을 제외한 11조원을 올해말까지 해소하고 나머지 상호지보도 2000년 3월까지 완전 해소해야 한다.

채권금융기관은 그룹별로 1,2개 주력기업의 대출금을 출자로 전환하고 그에 따라 금융기관이 대주주가 될 경우 기존 대주주와 약정을 맺어 경영권을 보장하되 사외이사 및 사외감사를 파견해 경영을 감시한다.

이날 정재계간담회에는 재계에서 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 겸 전경련회장과 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 정몽헌(鄭夢憲)현대공동회장 구본무(具本茂)LG회장 손길승(孫吉丞)SK회장 등 5대그룹 회장과 손병두(孫炳斗) 조석래(趙錫來) 현재현(玄在賢)전경련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또 이근영(李瑾榮)산은총재와 유시열(柳時烈)제일, 배찬병(裴贊柄)상업, 신동혁(申東爀)한일, 홍세표(洪世杓)외환은행장 등 5개 채권은행장이 참석했다.

정부여당에서는 조세형(趙世衡)국민회의총재권한대행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 및 이규성(李揆成)재정경제부장관 박태영(朴泰榮)산업자원부장관 이금감위원장 진념(陳稔)기획예산위원장 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임채청·김상철기자>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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