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노사 움직임]李금감위장,막판 협상재개 「물꼬」

  • 입력 1998년 9월 28일 22시 07분


총파업이라는 파국으로 치닫던 9개 은행 노사간 분규는 28일 오후 추원서(秋園曙)금융노련위원장이 농성중인 명동성당 천막을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이 전격적으로 방문한 것을 계기로 막판타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박인상(朴仁相)한국노총위원장의 중재로 이뤄진 이위원장과 추위원장의 대좌는 애초 은행회관에서 있을 예정이었으나 추위원장의 요청으로 명동성당에서 이뤄졌다.

이위원장은 명동성당 천막에 출입하는 과정에서 6월29일 퇴출이후 계속 농성중인 5,6명의 동화은행 직원들로부터 10여분간 거의 폭행에 가까운 수모를 당했다.

추위원장은 이위원장이 신변에 위협을 받으면서까지 명동성당으로 직접 찾아준 데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고 지금까지의 불신을 털고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고 금융노련측이 전했다.

▼노조지도부 움직임〓노조지도부는 전날 비공식 경로를 통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경제분야 기자회견문에 은행권 인원감축에 대한 노사자율원칙을 천명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하지만 김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9개 은행 노조대표자회의를 열어 금감위측에 이위원장과 은행장을 대표하는 유시열(柳時烈)제일은행장이 명동성당을 찾아오면 만날 의사가 있다고 밝혀 협상의 물꼬를 텄다.

이위원장도 김대통령 기자회견 석상에서 해당은행들의 경영개선 이행각서(MOU) 수정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노조지도부의 새로운 제의를 수용하고 추위원장과 명동성당에서 전격적으로 회동했다.

노조지도부는 이날 총파업에 대비해 각 은행 직원들에게 영업을 마친 뒤 집단적으로 1주일간의 연월차 휴가원을 내고 본점으로 이동해 서울 경기지역 직원은 밤 8시반까지, 기타 지방 직원은 밤 11시까지 본점도착을 완료하라고 지시했다.

▼검경의 대응책〓진형구(秦炯九)대검공안부장은 이날 “파업이 예정된 9개 은행의 점포가 전체 은행의 75%를 차지하는 만큼 이들 은행이 추석을 앞두고 파업을 강행하면 이를 반국가행위로 취급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파업을 강행할 경우 즉각 경찰력을 투입해 주동자를 전원 구속 수사하고 가담자 전원에 대해서는 사법처리와 별도로 해당기관과 협조해 인사조치를 병행토록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날 은행측의 투입요청을 받아 일단 본점으로 들어가는 지점직원들을 차단했다. 이후 본점진입에 실패한 9개 은행직원들이 명동성당을 중심으로 재집결하자 성당 주변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며 성당으로 들어가려는 은행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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