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경제회견]『시의적절』 『너무 낙관적』

  • 입력 1998년 9월 28일 19시 51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경제분야 기자회견 자체와 그 내용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희망과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한 시의적절한 회견이었다’는 의견과 ‘경제전반에 대해 너무 낙관적이지 않으냐’는 의견이 공존하는 것.

아울러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시점에 경기부양을 너무 강조한 측면이 없지 않아 자칫 향후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LG경제연구원 이윤호(李允鎬)원장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국민에게 희망을 불어넣고 대외신인도 제고를 위해 그동안의 구조조정을 평가하면서 향후 일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시의적절했다”고 말했다.

오관치(吳寬治)포스코경영연구소장은 “각 부문을 적절하게 짚어서 얘기한 것 같다”며 “다만 그동안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실천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서 아쉬웠다”고 밝혔다.

특히 ‘제2의 환란’이 없다고 단정한 부분과 10월부터 금융경색이 풀릴 것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지나친 낙관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최공필(崔公弼)금융연구원 동향분석팀장은 “제2환란이 없다고 단정한 것은 성급한 면이 없지 않다”며 “향후 구조조정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환란이 또다시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산업연구원의 온기운(溫基雲)동향분석팀장은 “제2환란 가능성이 상당히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내년부터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다소 낙관적이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권 인력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어서 1차 금융구조조정이 언제 끝날지는 미지수”라며 “당장 10월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김대통령이 대기업을 개혁의 대상으로 언급한 부분에 대해 대체적으로 공감하면서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에 좀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기했다.

온기운팀장은 “회견에서 김대통령이 5대 재벌의 빅딜을 재차 강력하게 촉구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그러나 정부가 재계를 다루기가 힘들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김대통령이 이미 마무리됐다고 언급한 기업투명성제고와 재무구조개선이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편 김대통령이 실업증가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면서도 정리해고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않은데 대한 아쉬움도 제기됐다.

LG경제연구원의 이원장은 “정리해고가 한꺼번에 몰릴텐데 정부가 금융기관 기업 공공부문에 대해 순차적인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아 아쉬웠다”고 밝혔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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