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여파/퇴출銀 고용승계]금감위-인수銀「떠넘기기」

  • 입력 1998년 6월 30일 19시 32분


금융감독위원회가 밝힌 ‘퇴출은행의 대리급 이하 직원 대부분 재고용’원칙에 대해 인수은행 쪽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인수은행들은 조직과 인력을 줄여 생산성을 높여야 할 판에 추가적 고용부담까지 떠안기는 것은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은행 정리의 취지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 주택 신한 한미 하나 등 인수은행들은 금감위 발표와는 달리 대리급 이하 직원이라 하더라도 전원을 고용승계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며 재고용을 하더라도 3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을 방침이다.

H은행 관계자는 “최근 계약직 직원 80명을 뽑는 데 4천여명이 지원했다”며 “월 1백만원에 일하겠다는 지원자가 수두룩한데 비싼 인건비를 부담하며 퇴출은행 인력을 재고용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금융계는 특히 현재 인사적체가 심하고 지방점포가 많은 국민 주택은행 등 대형 인수은행의 경우 퇴출은행인 대동 동남은행의 직원을 재고용할 수 있는 여력이 특히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도 충청은행이 대전 충남지역에서 운영해온 80여개의 지점은 너무 많다고 보고 있다.

영업재개와 함께 이들 지점에 대한 슬림화 작업에 착수할 경우 폐쇄될 지점의 직원 재고용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미은행의 경우 지난해말 현재 대리급이 4백77명이고 행원이 1천3백명. 그러나 인수대상인 경기은행의 경우 대리가 5백39명, 행원이 1천6백46명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모양새여서 한미은행이 흡수할 수 있는 인력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퇴출은행 노조 관계자는 “당국은 실업대책을 전혀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은행을 퇴출시켜 1만여 직원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인수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원치도 않은 부실은행을 떠안겨 놓고 원칙도 없이 말 한마디로 실업에 대한 부담까지 인수은행에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용재기자〉yjlee@donga.com

▼퇴출은행 업무관련 문의 전화

△국민(대동)〓02―317―2021∼4 야간 02―317―2165, 2342, 2265. 053―251―2384

△주택(동남)〓02―769―8926∼7

△신한(동화)〓02―756―0506(교환 6283∼7)

△한미(경기)〓02―3455―2810

△하나(충청)〓02―755―0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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